'공매도 금지' 효과 시들 "다시 반도체 보라"

투심 냉각·차익매물 출회…반등했던 증시 연일 하락
이번주 美CPI·정부 예산안협상 등 거시경제 변수 중요
업계 "당분간 박스권…실적개선 헬스케어·SW 등 주목"

공매도 금지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급 개선 기대감에 반짝 상승한 증시는 일주일도 안 돼 다시 공매도 금지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금지 기대감이 약해진 만큼 다시 실적과 거시경제 흐름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41.32포인트(1.74%) 오른 2409.66, 코스닥지수는 7.26포인트(0.93%) 오른 789.31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 첫날(6일) 두 지수는 큰 폭으로 올랐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주가 상한가를 찍으며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후 연일 하락하며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잔고 금액이 높은 이차전지 관련 업종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숏커버링(매수 상환)이 진행돼 급등했다"며 "그러나 이후 전반적인 채권 금리 수준이 높다는 인식에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상황이 반전됐고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증시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금지 효과가 약해지면서 다시 거시경제 흐름에 주목할 시점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무디스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는 가운데 내년도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오는 17일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안 협상 만료일을 앞두고 있어 무디스의 평가가 불확실성을 키울 우려가 나온다. 오는 14일에는 미국의 10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발표되고 15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됐다. 글로벌 이슈에 따른 증시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별 기업의 실적 발표도 잇따른다. 13일 CJ제일제당, 삼성화재, 메리츠금융지주, 14일 삼성생명, 현대해상, 15일 한화생명이 차례로 실적을 발표한다. 현재까지 발표된 상장사 합산 3분기 실적은 매출액 기준으로 시장 기대치를 1.5% 밑돌았고 영업이익은 2.1% 웃돌았다.

증권가는 실적 개선 업종에 주목할 것을 강조하며 그 중에서도 반도체를 최우선 업종으로 꼽았다. 반도체 업황 개선세도 긍정적이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PC용 DDR4 8Gb 디램 고정가격은 1.5달러로 지난달 1.3달러보다 소폭 상승했다. 수급도 개선 중이다. 지난 한 주(6~10일) 외국인은 삼성전자 5130억원, SK하이닉스 307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이차전지 전망은 암울하다. 지난 3분기 다수의 기업들이 어닝 쇼크(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를 기록한 데 이어 투자심리까지 악화했다. 개인들의 매수 행렬은 이어진다. 외국인이 반도체주 매수를 늘렸다면 개인은 지난 한 주 POSCO홀딩스(2850억원, 이하 순매수 금액), 포스코퓨처엠(1930억원), 삼성SDI(1610억원)를 위주로 사들였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매수세 상당수가 이차전지 관련주에 집중됐지만 업황 부진 우려가 작용하면서 헬스케어,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3개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업황 회복 방향성, 주가 바닥 다지기 등 모멘텀(재료)이 부각되면서 개인 수급의 중심축도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급등락 후 박스권 형성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실적이 좋거나 모멘텀 있는 개별 종목들로 쏠림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