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서래섬 왜가리에게 배운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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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 서래섬 주변을 산책하는데 전에 보지 못했던 갯벌이 보였다.
서해 바닷가도 아닌데 한강에도 갯벌이 있다니 마냥 신기했다.
한강은 서해와 상류 지역 댐들의 영향권 안에 있다.
노을빛이 쏟아질 무렵 한강에서 갯벌을 구경하니 제법 운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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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 서래섬 주변을 산책하는데 전에 보지 못했던 갯벌이 보였다. 서해 바닷가도 아닌데 한강에도 갯벌이 있다니 마냥 신기했다. 알고 보니 서해 바닷물의 영향으로 조수 간만의 차이가 심할 때는 가끔 생겨난다고 한다. 한강에도 썰물과 밀물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강은 서해와 상류 지역 댐들의 영향권 안에 있다. 그래서 비가 오지 않아도 댐에서 다량의 물이 방류되면 강물이 공원으로 범람하는 경우도 있다.
노을빛이 쏟아질 무렵 한강에서 갯벌을 구경하니 제법 운치가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풍경을 즐기다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는 왜가리 한 마리에게 시선이 멈췄다. 언제 날아갈지 궁금해 한참 동안 왜가리를 지켜봤지만, 그 새는 주위에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을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렀다. 갑자기 “대체 왜 저렇게 힘들게 서 있는 거지?” 의문이 생겼다. 아마도 배가 고파 물이 들어오는 걸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같았다. 물이 들어와야 물고기가 찾아오니 그 순간을 놓칠세라 시선을 다른 곳에 두지 않나 보다. 목표를 이룰 때까지 한눈팔지 않고 집중하는 왜가리의 모습에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올해 달력도 이제 두 장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은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신년에 세웠던 계획들은 끝이 안 보여 마음만 급해진다. 하지만 서래섬 왜가리처럼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찰나의 기회를 기다려야겠다. 희망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불현듯 도래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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