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50세 장관에 “어린놈”… 커지는 86 운동권세대 청산론

박상기 기자 2023. 11. 13.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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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정계입문 운동권 세대들
기득권 내세워 수십년간 권력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송영길(60)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출판기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어린 놈” “건방진 놈”이라 한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장관은 1973년생으로 올해 50세다. 송 전 대표는 대표적인 86 운동권 정치인으로 학생운동 경력을 토대로 30대부터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을 지냈다. 수십 년 동안 정치적 기득권을 누린 세대의 기득권 연장 인식이라는 비판이 ‘86 청산론’으로 번지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송 전 대표는 30대에 국회의원, 40대에 인천광역시장, 50대에는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제1당 대표를 지냈다. 그는 2021년 당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꼰대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50세 장관 탄핵을 주장하며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냐, 이 어린 놈이 국회에 와서 인생 선배, 한참 검찰 선배를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대로 놔둬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물병을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다”고도 했다.

송 전 대표는 당대표 선거 때의 ‘돈 봉투 사건’이 불거져 민주당을 탈당한 상태고, 총선 불출마 의사도 밝혔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여건만 조성되면 내년에도 출마를 강행할 것이라 예측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특유의 86세대 중심적 사고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 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며 “고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 년간 후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86세대의 특권 의식을 ‘운동권 전관예우’라고 했다.

송영길 전 대표의 ‘한동훈 어린 놈’ 발언에 대해 대기업 부장인 이모(45)씨는 “요즘 50이면 기업에서 임원 못 달면 눈치 볼 나이”라고 말했다. 김재섭(36)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몸부림치던 독재 정권과 지금의 86세대가 다른 점이 뭔가”라고 말했다. 야권 3040에서도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며 반발이 커지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는 1963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 81학번, 1984년에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다. 1987년 출범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보다 약간 시기가 앞선 86 운동권의 ‘맏형’ 격이다. 민주당에는 86세대를 포함해 운동권 출신 의원만 70여 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최강 카르텔은 ‘운동권 카르텔’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송 전 대표는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0년 16대 총선 때 인천 계양에서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37세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인천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40대 광역시장’은 지금도 자랑거리다. 그는 국회의원만 같은 지역구에서 5선을 했고, 2021년 5월엔 전년도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집권 여당의 당대표가 됐다. 정치인으로 할 수 있는 건 대통령 빼고 다 한 셈이다.

그래픽=정인성

송 전 대표와 함께 국회로 진입한 운동권 출신이 16대의 임종석(당시 34세) 전 의원, 17대에선 조정식(당시 41세) 현 민주당 사무총장과 우상호(42세), 윤호중(41세), 이인영(40세), 정청래(39세) 의원 등이다. 임종석은 51세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

야권에서도 ‘86세대 청산론’ ‘교체론’이 나오지만, 송 전 대표를 비롯한 86세대 정치인 대부분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에선 86세대 중 우상호 의원을 제외하곤 불출마를 선언한 이가 없다. 정청래, 서영교 최고위원과 조정식 사무총장 등은 당 핵심 요직에 있다.

송 전 대표는 출판기념회에서 검찰을 ‘암세포’에 비유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일본 유학 갔다 온 연대 교수 아들로 태어나서 서울 법대 가서 술 먹고 놀면서 고시도 여덟 번 떨어지다가 겨우 합격했다”며 “이 나라를 위해서 뭘 했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기를 했나, 평생 갑질만 하고 접대받고”라고 말했다. 여야 인사들은 “송 전 대표의 이 말 속에, 운동권 86세대의 뿌리 깊은 ‘선민 의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아직도 민주화 그 옛날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文정부 때 한자리 모인 ‘86 핵심’ - 2018년 3월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 행사에서 86 운동권 주요 인사들이 당시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수행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조국 민정수석, 송영길 의원. /연합뉴스

86들은 도덕적 문제가 불거질 때도 이런 선민 의식이나 특유의 끼리끼리 문화로 ‘별거 아니다’라는 식으로 덮거나 서로 감싸는 모습을 보여왔다. 송 전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탈당 계기가 된 돈 봉투 사건에 대해서도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지랄을 하고 있는지. 미친 놈들 아니냐”고 말했다. 선거 캠프 안에서 돈 봉투를 뿌린 정황이 나왔지만 중대 범죄는 아니라는 것이다. 원조 86인 김민석 의원도 “송영길은 물욕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보증한다”고 하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운동권 86들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처럼 행세했지만, 실제로 그들과 엮인 돈 문제나 여자 문제 등이 얼마나 많았나”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86세대 용퇴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공천이 진행되면 대상자 대부분이 공천을 따낼 거란 예측이 많다.

여선웅(40)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한 86 의원은 이번에 공천을 받으면 일곱 번째다. 30년 동안 누린 혜택을 또 누리겠다는 것”이라며 “70년대생은 86들 수발 들다가 시간 다 보냈고, 이젠 80년대생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41) 국민의힘 중랑을 당협위원장은 “386 컴퓨터가 언제 적 얘기인데, 86세대는 운동권으로 별 한번 달았다는 걸로 평생을 누렸다”며 “이젠 깨버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물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86세대는 이제 한계에 직면했다”며 “내년 총선에서 그 기득권이 많이 무너져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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