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병원에 연료 제공... 하마스가 못주게 막았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11. 13.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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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12일 새벽 연료 300L 제공”
“보건부 부장관이 연료 못받게 해”
이스라엘군 장병이 12일(현지시각) 새벽 알시파 병원 인근으로 연료통에 든 발전기용 연료를 나르고 있다. /이스라엘군 제공

가자지구 북부의 최대 의료 기관인 알시파 병원이 이스라엘군 공격과 전기 공급 중단으로 운영이 중단됐다는 비난이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앞서 알시파 병원에 발전기용 연료를 제공했으나 가자지구 보건부 측이 이를 받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자 보건부는 하마스의 통제를 받고 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인도주의적 참사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일부러 알시파 병원의 운영 중단을 초래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12일 저녁(현지시각) “알시파 병원의 발전기 가동을 위해 오늘 새벽 긴급 의료용 연료 300L(리터)를 마련해 병원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알시파 병원 인근까지 진주한 이스라엘군이 장갑차를 동원, 연료통 15개 분량의 연료를 병원 알무흐타르 거리와 나스르 거리 사이 교차로 인근에 가져다 놓고 병원측에 “우리는 멀찍히 물러날테니 얼른 연료를 가져가라”고 통보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증명하는 이스라엘군 장교와 알시파 병원 직원 간의 통화 내용, 또 이스라엘군이 병원 인근에 연료를 가져다 놓는 비디오를 공개했다.

알시파 병원측은 그러나 이날 연료를 가져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병원 측이 연료를 수령하는 것을 하마스가 방해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 가자지구 보건부를 이끌고 있는 유세프 아부 리시 부장관이 직접 여기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입증하는 녹음 파일도 공개했다. 이 녹음 파일에서 가자 보건부 고위 관계자는 “(연료를 받으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아부 리시가 이 정도 분량의 연료(this amount of fuel)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연료를 받도록) 설득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부 리시 부장관은 가자지구 보건부의 실무를 총괄하는 인물로, 최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가자 북부의 여러 병원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는 이날도 “오늘 오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알시파 병원 심장 병동이 파괴됐고, 발전기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기 공급이 끊겨 미숙아 2명을 비롯한 환자 5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가자 보건부는 이날 오후 “이스라엘군의 공격 탓에 알시파 병원이 폐쇄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해 “우리는 병원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병원 인근의 테러리스트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며 가자 보건부와 아부 리시 부장관의 주장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알시파 병원 내 환자와 의료진, 민간인의 안전을 위해 이들의 대피를 돕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 병원 내에는 약 100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일부 매체들은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 보건부가 가자 지구 내 병원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대대적 선전을 하고 있으나 정작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마스는 수백㎞에 달하는 지하 땅굴 운영에 필요한 환풍구 및 환기 장치 가동을 위해 상당량의 연료를 비축해 놓고 있으나, 이를 병원에 공급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병원 내 환자들과 난민들의 대피를 의도적으로 막아 병원 지하에 있는 하마스 지휘 시설에 대한 인간 방패로 쓰고 있으며, 가자지구내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날 알시파 병원 문제를 빌미로 이스라엘과 인질 석방 협상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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