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 폄하하던 사람들 이번엔 “어린×” 훈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며 “이런 건방진 ×이 어디 있나. 어린 ×이 국회에 와 가지고 (국회의원)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인 사람들을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을 그냥 놔둬야 되겠냐”고 했다. 이어 “물병이 있으면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다”고도 했다. 사석에서 한 말도 아니고 자신의 책 출판기념회에 찾아온 수많은 내빈 앞에서 한 말이다. 5선 의원이자 여당 대표까지 지낸 사회 지도층 인사의 품격이라곤 전혀 느낄 수 없는 천박한 언사였다.
운동권 ‘86 세대’ 맏형 격인 송 전 대표는 올해 60세다.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 달았을 때가 37세, 인천시장에 당선됐을 때가 47세였다. 한 장관은 올해 50세다. 웬만한 단체, 조직에서 간부 또는 임원이거나 고참 대접을 받는 나이다. 물론 국회에 올 때마다 사사건건 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한 장관의 태도에 화가 나는 심정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 해도 30대 때부터 기득권 정치를 해온 송 전 대표가 50세 장관에게 ‘어린 ×’ ‘건방진 ×’ 운운할 입장은 아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당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꼰대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는데 송 전 대표 자신이 꼰대였다.
송 전 대표의 거친 언사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자신을 수사하는 검찰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지×을 하고 있는지 미쳐버릴 것 같다. 미친 ×들 아니냐”고 했다. 돈 봉투 살포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일인데 자신 주변에 대해서만 수사가 이뤄지는 게 억울하고 못마땅하다는 취지였다. 자신들은 언제나 정의롭다는 86 운동권 특유의 도덕적 우월주의다.
그런 사고방식이 나이 관념에도 녹아들었다. 자신들보다 어리면 무시하고, 늙으면 비하했다. 19년 전 이들 입에선 “60대, 70대는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 “50대가 되면 사람이 멍청해진다.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 같은 말들이 쏟아졌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 60대가 되자 50세 장관을 가리켜 ‘어린 ×’ ‘건방진 ×’이라 공격한다.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고 정의의 원천이란 인식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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