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상이 된 주말 도심 시위, 불편은 늘 시민 몫인가
주말인 11일 서울에선 양대 노총의 대규모 집회 등 여러 집회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양대 노총에서만 주최 측 추산 11만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차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바람에 서울 도심 곳곳이 차와 사람으로 뒤엉켜 교통 지옥으로 변했고, 쩌렁쩌렁 울리는 마이크·노래 소음으로 정상적인 대화도 불가능할 정도였다. 집회 참가자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로 시민들은 코를 막고 거리를 지나가야 했고, 인근 상인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모습이 다른 주말과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주말 도심 집회는 사실상 ‘상설화’됐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촛불행동’은 이날 64번째 집회를 서울 도심에서 열었다. 집회와 시위는 자신들의 의사 표현을 위한 것이다. 60번 넘게 집회를 했다면 그 뜻은 이미 충분히 표현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매주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도 한다. 시민들의 불편과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를 위한 시위를 한다.
세계에서 우리처럼 집단 시위가 일상화된 나라는 거의 없다. 미디어 등을 활용해 얼마든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시대인데도 주말 도심 시위는 물론 평일 퇴근길 시위도 툭하면 열린다. 집회·시위가 신고제여서 주요 도로 등 일부 지역만 빼고 신고하면 경찰이 제어할 방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민노총의 술판 노숙 집회 등 불법 집회가 잇따르자 경찰은 한 달 전에 시행령을 개정해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시위를 금지·제한할 수 있는 주요 도로의 범위를 넓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에 시위대에게 어떤 제한 통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한을 해도 시위 주최 측이 가처분 신청을 내면 법원이 다 허가해주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판사들은 노숙 집회까지 허용하고 있다. 법원엔 시민들의 불편보다 집회·시위 자유를 우선하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 시위대가 서울 도심을 제 안방처럼 여기고 집회와 시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법원의 안이한 판단으로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도 집회·시위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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