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교장의 갑질과 교원 승진제도
최근 경남의 한 초등교에서 교사에 대한 교장 갑질 의혹이 불거졌다. 교장이 신임 교사에게 외모를 비하하며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더구나 해당 교사의 학급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자신과 담임 선생님 중에 누가 더 아름다운지 미모 비교 평가까지 하게 했다니 당하는 교사는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보다 앞서 지난 9월, 전남의 한 고교에서는 교장이 교직원 연수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교사들을 폄훼했다는 신고가 있었고, 8월에는 제주의 어느 고교 교장이 교사의 개인적 상황에 대한 인격 모독적 막말을 하는 등의 사유로 도교육청의 감사를 받았다.
학교 구성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 중에서 유독 교장의 갑질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교장은 학교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학교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만 교장이 갑질을 하면 교직원 학생 학부모 간 신뢰가 파괴되고 학교 내부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게 된다. 이러한 여건에서는 학생들의 학업과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교사는 학생들을 교육함과 동시에 도덕성을 함양하는 역할을 하며, 교장은 교사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끔 질 높은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등을 통해서 지원하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교장이 갑질하면 교사의 업무 만족도가 낮아지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것은 결국 교사의 본질적 업무 추진과 학생들의 학습 경험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셋째, 학교는 학생들이 인간다운 가치를 배우고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는 곳이다. 그러나 교장이 갑질하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도덕적 가치와 윤리적 행동에 대한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올해 국감에서 한 국회의원은 학교 관리자의 갑질이 신고되어도 71%는 처분조차 받지 않는다며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필요한 제도적 보완이 무엇일까? 이에 더러는 매년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른 처분을 강화해 갑질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드러난 결과에 대한 처벌보다 그 원인에 대해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교장 갑질 문제는 교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처신했던 자기 행동과 많이 연관돼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교장은 마일리지를 쌓듯 승진 점수를 채우면서 교사에서 교감으로, 다시 교장으로 승진해 현재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은 참으로 지난하다. 근무성적 평정에서 ‘1수’를 받아야 하고, 연수성적 평정 점수와 기타 가산점도 잘 챙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30대부터 승진 점수가 될 수 있는 활동, 우선 소속 학교의 교장 교감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교육청에서 지시하는 사업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경우도 많다. 교장이 되기까지 적어도 10년이 넘는 이러한 생활 속에서 일부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정립하지 못한 채 ‘윗 분’과 상부 기관에 수동적이고 순응하는 관리자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교장은 ‘교장에 올랐다’는 개념으로 권위와 권력 사이를 오가며 교장-교감-교사로 서열화된 학교 조직의 정점에서 군림하게 된다. 그래서 교사를 아랫사람으로 대하며 뭐든지 함부로 해도 된다는 무례함, 아랫사람이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는 기세 부림,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비위를 맞춰달라는 욕구가 내재돼 자기도 모르게 갑질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영향으로 갑질로 문제가 된 교장은 나쁜 뜻으로 한 행동이 아니었고, 농담을 오해한 것이라며 항변하기도 한다. 그만큼 갑질인지 감수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오랫동안 뿌리내려 온 교원 승진제도부터 개선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차제에 인사제도의 틀을 바꾸는 시도를 해봄 직하다. 그렇다고 아무나 교장으로 앉혀서도 안 될 것이다. 대양을 항해하는 배에는 유능한 선장이 있듯이 학교 경영에는 전문적 식견과 소양을 지닌 교장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교장이 목표’가 아닌 ‘학교 경영을 제대로 해보려는 교장’이 되는 교원 인사제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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