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끼니] 참새구이와 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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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잘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대폿집을 찾아 막걸리와 정종을 마셨어요. 명동의 조그만 술집이었지요. 겨울철 참새구이와 꿩고기를 안주로 정종 마시는 걸 좋아했어요. 칠 년 만에 다시 돌아와 명동의 그 술집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섭섭하게도 이번에는 참새가 없더군요."
1960년대에는 명동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참새구이가 1972년에 다시 오니 사라졌다.
그리고 5년 만에 거리의 주점과 포장마차에 참새구이가 다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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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잘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대폿집을 찾아 막걸리와 정종을 마셨어요. 명동의 조그만 술집이었지요. 겨울철 참새구이와 꿩고기를 안주로 정종 마시는 걸 좋아했어요. 칠 년 만에 다시 돌아와 명동의 그 술집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섭섭하게도 이번에는 참새가 없더군요.”
1971년 10월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필립 C. 하비브(Philip C. Habib)가 이듬해인 1972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하비브 대사는 이미 1960년대에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교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인터뷰에서 당시의 추억을 회고한 것이다. 이 인터뷰가 흥미로운 대목은 “섭섭하게도 이번에는 그 참새가 없더군요”라는 부분. 1960년대에는 명동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참새구이가 1972년에 다시 오니 사라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50~60년대 서울 도심의 서민적인 주점과 포장마차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참새구이였다. 도시나 농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참새는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거리였다. 하지만 무분별한 남획이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한 해에 술안주로 잡는 참새만 ‘가짜를 제외하고도 수십만 마리 정도’였다고 한다. 정부는 1970년대부터 ‘조수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단속을 시작했다. 1972년 8월 1일부터 ‘야생조수 보호를 위한 수렵 금지’ 조치를 통해 참새 수렵을 전면 금지했다.
국가의 공권력이 서슬 퍼렇던 시절이고 사회 전체가 병영국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시절이었다. 전면적인 수렵 금지의 시행은 1972년 8월부터였지만 정부의 방향이 정해진 이상, 시행령이 발효되는 시점까지 굳이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일선 공무원들은 즉각적인 단속을 실시했다. 서울 시내 술집에서 참새구이는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때문에 하비브 대사의 인터뷰는 참새 수렵 금지가 시행되기 전에 이뤄졌음에도 그는 더 이상 참새를 먹을 수 없었다.
금지만이 능사가 아니다. 한쪽을 막으면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었다. 정부와 시장은 의외로 신속하게 참새구이의 대체재를 찾았다. 오뎅(어묵)이었다. 당시 어묵은 본질적으로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두부나 콩나물처럼 당일 생산, 소비가 원칙인 식품이었다. 대부분의 어묵 공장은 규모가 영세했고 따라서 생활 반경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원료의 수급이 그만큼 쉬웠다. 어묵 자체가 완제품에 가까우니 장사를 위해서는 별도의 조리시설이나 기술이 필요 없었다. 꼬치에 끼운 어묵을 뜨거운 국물에 익히기만 하면 됐다. 원료의 수급이 쉬운데다 진입장벽도 낮았다. 참새구이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오뎅이 도심 술집과 포장마차의 대표 선수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여기엔 언론의 몫도 컸다. 참새구이에 대한 추억이 차지하고 있던 기억을 어묵으로 바꿔야 했다. 이때부터 겨울의 거리나 포장마차의 풍경을 묘사하는 이미지로 어묵이 유난히 자주 등장한다.
참새에 대한 수렵 금지는 1977년부터 부분적으로 해제된다. 그리고 5년 만에 거리의 주점과 포장마차에 참새구이가 다시 등장한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영광은 없었다. 간식으로, 안주로 어묵 맛에 매료된 한국인들은 이전처럼 참새를 찾지 않았다. 어묵은 그렇게 참새를 이기고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의 강자로 등장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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