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기후변화와 어촌 소멸에 역행하는 TAC

정석근 국립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2023. 11.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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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C- 총허용어획량
정석근 국립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지난 달 통영에서 혼자 조업하던 70대 어민이 실종되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또 나왔다. 외국인 선원도 구할 형편이 안돼 홀로 조업을 하는 어선이 늘고 있다. 경직된 어업 규제로 어획 효율이 점점 떨어져 어가 소득은 줄어들고 어촌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10년 안에 잡는 어업이 대부분 없어질 것이라는 현장 목소리도 들려온다. 설상가상 기후변화로 잡는 어종과 어장 위치가 크게 요동쳐 어민은 그냥 죽을 맛이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해 8월 2일 해양수산부가 ‘연근해어업 선진화 방안’을 당정 협의를 통해 확정하면서 불필요한 어업 규제를 최소화한다. 대표적인 방안으로 오는 2027년까지 모든 어선을 대상으로 TAC(총허용어획량) 제도 체제로 전면 전환키로 했다. 이를 5년 내에 전체 어선에 대해 확대할 계획인데, 10년 뒤 고기를 잡을 어민이 거의 다 없어져도 TAC를 할 작정인가?

참담한 우리 어업 현실에서 TAC 장점이 무엇인지 나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 문제점은 잘 보아왔기에 간단히 정리를 하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TAC는 서양의 단일어종 단일업종 어업에는 적합할 수 있으나, 우리 어업 특징은 다(多)어종 다업종이다. 가령 멸치를 잡은 업종 수는 50에 이르고, 연안선망에만 100종에 달하는 다양한 어패류가 잡힌다. 서양은 큰 물고기를 편식하지만 우리는 멸치와 같은 작은 고기는 물론 참다랑어 같은 큰 물고기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다 먹는다. 몇몇 어종을 선택해서 살만 추려 편식하는 서양과는 달리 한국 사람은 바다에 나는 것이라면 거의 모두 잡는다. 창자와 뼈까지 젓갈이나 탕으로 먹어, 그냥 버리는 것이 별로 없는 생태친화적인 식문화 전통을 이미 가지고 있다. 한 어종이 안 잡히면 다른 어종을 잡기에 남획은 일어날 수 없다. 가령 멸치 어획량이 줄면 남획이 일어나기도 전에 수지타산을 못 맞추는 멸치권현망이 먼저 조업을 포기한다.

우리 바다에서 어획량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멸치 고등어 갈치는 산란기가 몇 달 동안 지속되며 반복해서 알을 바다로 방출하고, 오징어는 거의 연중 산란하므로 설령 어미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더라도 그 잠재적인 번식력은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환경만 좋아지면 언제든지 개체군이 다시 폭발한다. 따라서 대구나 참다랑어 같은 큰 물고기를 대상으로 남획을 막아 어미 개체를 보호하려는 목적인 단일어종 TAC는 우리 현실에 맞지도 않으면서 어업 경영만 악화시키는 족쇄 밖에 되지 않음은 지난 25년 동안 연간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한 어종에 대한 TAC를 초과하더라도 다른 어종을 잡을 목적으로 조업을 나가게 마련이고, 할당량을 초과한 어획물은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음은 최근 마산 영덕 해안의 정어리와 참다랑어 폐사체만 봐도 알 수 있다. TAC 확대로 바다는 더 오염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에서는 어선이 어획물을 해상으로 투기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려 한다.

우리 주요 어업대상 어종은 대부분 기후변화에 개체군 변동이 민감해 적정 어획량을 산정하는 것이 어렵다. 기후변화가 아니더라도 주변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자유롭게 왕래하는 어종을 대상으로 국제공조 없이 수산자원평가를 한들 얼마나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나. 설령 제대로 된 평가를 하더라도 한국 홀로 하는 TAC는 선진국 흉내 내는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어촌 소멸 위기에도 수산자원관리를 그렇게 꼭 해야겠다면 기후변화에 취약한 우리 어업에서는 행정편의 위주 어종별 TAC가 아닌 다어종, 생태계 기반 수산자원 관리로 틀을 바꾸어야 한다. 가령 기후변화에 민감한 소형부어류, 환경오염에 취약한 정착성 저서어류, 어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형어류 등으로 어종을 생태계 기능군으로 묶어 나누고 이를 이용하는 어민의 사회·경제학적인 현실과 문제를 개선하는 정책을 개발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수산자원이 아니라 곧 사라질 어민과 어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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