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쉴 수 있는 공간으로…버려진 밭에 심은 예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노동과 수확의 공간 '밭'에 미술 프로젝트가 뿌려졌다.
"이주민뿐만 아니라 근처 텃밭에서 일하는 사람, 관객 등 누구나 와서 쉬고 즐기는 공간으로 가꾸고 싶어요. 겨울엔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주변 분들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해보려 합니다. 돌아오는 봄엔 작물을 심을 겁니다. 끝까지 키우는 게 목적이에요. 텃밭 분양도 할 예정입니다." 미로처럼 길을 낸 '밖-앝' 전시장은 산책하듯 걸으며 곳곳에 설치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송성진 등 10명의 작가 참여
- 다채로운 실험프로젝트 운영
노동과 수확의 공간 ‘밭’에 미술 프로젝트가 뿌려졌다. 사람은 휴식을, 채소는 보살핌을 주는 곳. 부산 기장군 두명마을에 버려진 밭(두명리 333-1)에서 열리는 프로젝트 ‘땅을 임대했습니다’이다. 기획자인 송성진 작가는 내년 10월까지 밭 약 2310㎡(700평)를 임대해 미술전시 ‘밖-앝’을 열고, 공연과 커뮤니티 아트 등 예술 실험을 펼친다.
▮ ‘바깥’에 차려진 전시 ‘밖-앝’
전시 ‘밖-앝’은 까만 비닐카펫을 따라 입장한다. 버려진 밭에 묻혀있던 농사용 까만 비닐은 여러 작품에 사용됐다. ‘은폐된 것에 주목한다’는 송성진 작가는 폐비닐을 끄집어내 덩어리로 뭉쳐 공중에 띄웠다. 입구에서 관객을 맞는 작품 ‘비-hang’이다. 그 옆에 설치한 돼지 작품도 비슷한 맥락. 구제역 지역의 흙을 파서 철골 돼지에 발랐다. “인간 먹거리 때문에 얼마나 환경을 소모하고 해치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밭에 사용된 비닐은 파묻히고, 구제역 돼지는 살처분됐습니다. 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밀려난 것을 추적하고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시에는 송성진 김도영 김보경 김순임 박미화 박자현 이창진 임종관 서소형 이자연 등 전국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자연 작가는 밭에 화단을 꾸몄다(작품 ‘들, 꽃, 밭’). 폐비닐로 만들었다. 들꽃의 이름 팻말도 꽂았다. 밭에서 밀려난 존재와 버려진 것을 밭 중앙으로 가져왔다.
김순임 작가는 아무렇게나 자란 풀을 둥그런 모양에 맞춰 깨끗하게 뽑아낸 작품 ‘밭에 뜬 달’을 선보인다. 일일이 손으로 캐낸 풀은 옆에 다시 심어 생명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김도영 작가의 ‘터’도 눈길을 끈다. 새알처럼 놓은 건 약초 씨앗과 흙을 뭉쳐놓은 덩어리라고 한다. 낯선 곳에 뿌리내리고 ‘터’를 갖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약초는 내년 봄께 올라올 듯하다.
이창진 작가의 작품 ‘위장전입’은 초록색 조화를 이곳 식물 사이에 설치한 것. 얼마 전만 하더라도 초록 풀 사이 자연스럽게 몸을 숨겼지만, 가을이 되고 주변 풀색이 변하자 지금은 정체가 탄로 난 모습이다.
▮ ‘일하지 않는 밭’으로 초대
전시장 가운데엔 깻잎을 조금 키운다.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작업을 준비하던 중 깻잎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알게 됐고, 그들 모습을 담는 소모적인 다큐멘터리를 피하려다 ‘직접 농사를 지어보자’까지 이르렀다. 그들이 찾아오고 싶은 ‘일하지 않는 밭’을 만든 것이다. 버려진 밭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두명마을은 인근에 납골당이 생기면서 딱 한 가구만 남고 마을 전체가 이주한 곳으로, 7년간 방치된 땅을 1년간 저렴하게 임대했다. 시련은 길을 내면서 닥쳤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와 풀을 치고 길을 내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그러다 부산문화재단의 예술가치 확산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다른 작가들과 전시를 꾸릴 수 있게 됐다.
“이주민뿐만 아니라 근처 텃밭에서 일하는 사람, 관객 등 누구나 와서 쉬고 즐기는 공간으로 가꾸고 싶어요. 겨울엔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주변 분들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해보려 합니다. 돌아오는 봄엔 작물을 심을 겁니다. 끝까지 키우는 게 목적이에요. 텃밭 분양도 할 예정입니다.” 미로처럼 길을 낸 ‘밖-앝’ 전시장은 산책하듯 걸으며 곳곳에 설치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두명마을 자연체험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고, 전시는 모든 날짜와 시간에 무료로 개방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