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에 지친 관객, 가벼운 로코 보러 극장 찾았다

최지선 기자 2023. 11.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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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계에서 의외의 흥행으로 주목받는 작품이 있다.

배우 강하늘 정소민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물 '30일'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팬데믹 이후 영화 제작 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그나마 있는 투자금이 대작에 집중되는 가운데 중·저예산 로맨틱 코미디물이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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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료 부담 커진 극장가
‘대작이 흥행 싹쓸이’ 공식 깨고
중저예산 영화들이 뒷심 발휘
‘30일’ ‘달짝지근해…’ 등 선전
로맨틱 코미디 영화 ‘30일’에서 나라(정소민·가운데)가 결혼 승낙을 받으러 온 남자친구 정열(강하늘·오른쪽)에게 총을 쏘려는 아빠를 보고 깜짝 놀라 막아서고 있다. 마인드마크 제공
최근 영화계에서 의외의 흥행으로 주목받는 작품이 있다. 배우 강하늘 정소민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물 ‘30일’이다. 지난달 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제작비 약 60억 원이 든 중·저예산 작품으로, 6일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160만 명)을 넘었다. 개봉 5주 차 주말인 11일에도 전체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하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앞서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 영화가 ‘범죄도시3’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뿐이고, 세 편 모두 제작비 100억∼200억 원이 넘는 범죄·드라마 장르의 대작인 것을 감안하면 로맨틱 코미디물 ‘30일’의 선전은 눈에 띈다.

‘30일’은 불같이 사랑해 결혼했지만 서로의 찌질함과 괴상한 성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혼을 결심한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의 이야기를 그렸다. 매일 잡아먹을 듯 싸우던 이들은 마침내 법원에 이혼을 신청한다. 30일의 숙려기간을 받아든 날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이들은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만다. 서로에 대한 나쁜 기억을 잊은 두 사람이 풋풋한 마음으로 되돌아가게 되면서 30일을 보낸다. 설정은 뻔하지만 장면마다 객석에선 폭소가 터져 나온다. 얼굴을 있는 힘껏 구기고 몸을 사리지 않는 두 배우의 열연이 돋보인다.

팬데믹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극장가에서 ‘30일’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가볍고 재미있어서’다.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11일 영화를 관람한 김한성 씨(27)는 “유튜브 리뷰 영상을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 같아서 데이트 겸 영화관에 나왔다”며 “긴장하면서 보지 않아도 돼 즐거웠다”고 했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에서 치호(유해진)가 기절한 일영(김희선)을 업고 달려가다가 쓰러진 장면. 마인드마크 제공
앞서 8월 개봉한 유해진 김희선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물 ‘달짝지근해: 7510’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리숙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남자 치호(유해진)가 당찬 싱글맘 일영(김희선)을 만나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코믹하게 담았다. ‘극한직업’(2019년)의 이병헌 감독이 각본을 맡아 특유의 유머 감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종 관객 138만 명으로 손익분기점(165만 명)은 넘지 못했지만 최근 관객 수 100만 명 넘기가 어려운 극장가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다. 영화는 인터넷TV(IPTV) 유료 결제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두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29일 개봉하는 임수정 이동욱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물 ‘싱글 인 서울’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팬데믹 이후 영화 제작 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그나마 있는 투자금이 대작에 집중되는 가운데 중·저예산 로맨틱 코미디물이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한다. ‘30일’ ‘달짝지근해: 7510’을 배급한 마인드마크의 김종원 마케팅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을 극장으로 데려오는 일이다. 그러려면 다 같이 가볍게 웃으면서 보고 입소문을 타는 영화가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예전처럼 무난하게 손익분기점은 넘길 거라는 기대가 없어졌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관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팬데믹 기간 전후로 대작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스케일이 크고 무거운 영화들이 많았다”며 “연이어 쏟아진 대작들로 슬슬 지쳐가던 관객들에게 가볍게 관람 가능한 코미디물과 로맨스물 작품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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