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과 작별 아쉬운 중년관객들, 다시 ‘1호선’으로

이지윤 기자 2023. 11.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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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은 제가 배우로서 첫발을 디딜 수 있게 해준, 큰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갑작스러운 폐관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학전 소극장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한 배우 황정민이 학전 폐관에 대해 12일 심정을 밝혔다.

그는 배우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조승우와 함께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10일 열린 대표작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첫날 공연엔 중년 관객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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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33년 만인 내년 3월 폐관 예정
“20대에 처음 본 공연 평생 잊지 못해”
자녀와 ‘지하철 1호선’ 공연장 찾아
40대 이상 관객 예매율 70% 넘겨
학전(學田)은 이름처럼 많은 스타 배우와 가수를 배출했다. 배우 황정민(위쪽 사진 오른쪽)과 조승우는 2000년대 초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일인 다역으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학전 제공
“학전은 제가 배우로서 첫발을 디딜 수 있게 해준, 큰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갑작스러운 폐관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학전 소극장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한 배우 황정민이 학전 폐관에 대해 12일 심정을 밝혔다. 그는 배우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조승우와 함께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다.

학전이 개관한 지 정확히 33주년인 내년 3월 15일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경영난이 가중된 데다 김민기 학전 대표가 위암 판정을 받으면서 내린 결정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10일 열린 대표작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첫날 공연엔 중년 관객들이 몰렸다. 허현희 씨(49)는 “사회 초년생 시절 본 공연을 잊지 못한다. 속상한 마음에 부랴부랴 표를 구했다. 대학로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20대 딸과 함께 온 김은성 씨(51)는 “제가 딸 나이 때 봤던 공연을 엄마가 돼 같이 보러 왔다. 마지막이 될 줄 모르고 예매했는데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을 지킨 김 대표는 “그저 모두가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12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하철 1호선’의 40대 이상 예매자 비율은 전체의 70.1%에 달했다.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격려를 위해 온라인이 아니라 전화나 직접 방문해 예매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렇게 큰 관심을 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첫 공연 전날인 9일 열린 최종 리허설에는 학전 출신 배우들이 여럿 방문했다. 다만 이름은 밝히지 말아 달라고 했다.

다음 달 31일까지 공연되는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초연된 학전의 간판 공연이다. 독일 극작가 폴커 루트비히의 ‘1호선’을 1990년대 말 한국 상황에 맞춰 각색했다. 영화 ‘기생충’ OST 등을 작곡한 정재일 음악감독이 편곡했다. 2008년까지 4000회 공연되며 70만 명 이상 관람했다. 거쳐간 배우만 170명이 넘는다.

1992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 입구. 제23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극단 연우무대의 연극 ‘칠수와 만수’ 포스터가 걸려 있다. 학전 제공
1991년 문을 연 학전은 동물원, 들국화, 안치환 등이 콘서트를 열었고 고 김광석은 데뷔 10주년 기념공연을 했다. 뮤지컬 ‘의형제’로 1999년 제3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어린이극 제작에도 매진했다. 단둘이 집을 지키게 된 형제의 좌충우돌을 그린 ‘고추장 떡볶이’는 폐관 전 예정된 마지막 공연이다.

30년 넘게 공연계에서 일한 한 기획자는 “학전은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소극장 시대를 이끌었다. 가난한 창작자들을 위해 편집 설비를 내어주던 보금자리이기도 했다”며 “급등한 유지비, 임대료로 학전마저 버티기 어려운 것이 소극장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학전 폐관 소식이 알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소극장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재개관 지원을 비롯해 학전 보전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삼일로 창고극장, 세실극장처럼 단순 재개관을 돕는 건 단기적 해법에 그친다”며 “학전을 전문극장으로 만드는 등 공간의 역사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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