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메가시티, 균형 발전에 필요해

김태준 기자 2023. 11.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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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 등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메가 서울' 논란이 정치권을 덮친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널목에 서울특별시 편입이 좋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뉴스1

여당이 꺼내든 ‘메가 서울’에 대해 경기도를 비롯해 지방의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다. 균형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에서 균형 발전은 대의(大義)고, 의문을 제기해서도 안 되는 주제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식의 균형 발전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는 반드시 점검해봐야 하는 문제다. 비록 급조됐지만 ‘메가시티’가 균형 발전에 새로운 대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지방 균형 발전론에는 ‘서울의 발전은 곧 지방의 쇠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다르게 말하면 ‘서울에 있는 기능과 예산을 지방으로 보내면 지방이 클 것이다’라는 논리다. 이게 맞는지는 행정부가 내려간 세종시가 충청권을 키웠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대전세종연구원의 지난 6월 조사에 따르면 세종 순유입 인구 중 서울 출신 비율은 대규모 정부 부처 이전을 마무리한 2015년 이후로 13~16%대 수준에 그쳤다. 반면 대전·충북·충남 등 충청권 유입 인구 비율은 지난해 57%, 2021년 63%, 2020년 67%였다. 수도권의 인구를 흡수한 게 아니라 인근 충청권의 인구를 흡수한 것이다. 충청권이 커진 게 아니라 세종만 커졌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주변에서 세종시로 유출된 인구가 13만명가량이다.

수도권 인구 비율은 2019년 50%를 돌파했다. 세종시가 생기고, 각 지방의 혁신도시로 서울의 공공기관이 옮겨간 이후 수도권 비중은 더 커졌다.

서울만 억제한다고 지방이 커지진 않는다. 대한민국 국토 크기, KTX라는 교통수단의 등장을 고려해 지방 자립이 가능한 범위를 따져봐야 한다. 한 도시 계획 전문가는 “서울과 KTX 1시간 거리의 빈 땅에 만든 행정수도가 자족한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였다”며 “차라리 이미 광역시인 대전에 행정수도를 만들던가, 대전과 세종을 처음부터 함께 키우는 식으로 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균형 발전은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고 퍼주기만 한다는 문제도 있다. 지방세를 포함한 자체 수입이 866억원인 전북 김제시가 작년 9월 재난지원금으로 810억원을 뿌린 게 이 나라의 균형 발전이다. 작년 김제시에 지방교부세만 3914억원을 줬다. 많은 돈이지만 지자체가 환골탈태할 정도로 인프라를 새로 깔 수 있는 돈은 아니다. 226개 기초 지자체들에 전부 그렇게 줄 수도 없다.

메가 서울은 분명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진 여당이 총선용으로 급조한 정책이 맞는다. 그러나 이 급조물이 ‘묻지마 식 퍼주기’로 굴러가는 지방자치보다는 나은 대안일 수도 있다. 곧바로 ‘부·울·경 메가시티’ 등 권역별 메가시티 논의가 나오지 않는가. 오히려 지방에 더 필요한 게 메가시티다. 지금처럼 기초자치단체 수준까지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건 무리다. 지방과 서울 모두 발전하도록 반드시 손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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