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인무천일호

경기일보 2023. 11.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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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경희대 명예교수

한문은 영어와 같이 우리말과 어순의 차이가 있어 ‘인무천일호(人無天日好)’에 대한 우리말 표현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

어순에 충실하자면 ‘천 일이 좋은 사람은 없다’이지만 ‘사람이 천 일 좋을 수 없다’고 풀어 쓸 수 있다. 각각 ‘늘 좋은 사람은 없다’ 또는 ‘사람이 늘 좋을 수만은 없다’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해석 간에 수동과 능동의 차이가 있다. 즉, ‘늘 좋은 사람...’을 이야기할 때 타인에게 좋은 수동의 이타적 성향으로 말할 수 있고 ‘사람이 늘 좋을 수...’를 이야기 할 때는 스스로가 능동적인 긍정적 성향으로 말할 수 있다.

결과론적으로 인간관계를 이야기할 때 모두 좋다는 의미는 될 수 있지만 ‘좋음’에 대한 주체와 객체는 구분된다.

사람에게 천 일이 한결같기는 어렵다. 한결같음에 대해 사람이 주체가 되거나 객체가 되더라도 이 좋다는 성향을 천 일간 지속하기 어렵다. ‘좋음’은 사람의 관계에서 항상 상대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지구 탄생 46억년에 비교한 인류 출현 400만년은 너무나 최근의 일이지만 인간은 두뇌 발달과 더불어 더 오래전에 출현한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유전적 다양성 속에서, 그 민감도는 호기심과 함께 인간의 두뇌 발달을 이끄는 진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안정적 편안함을 추구하는 이타적인 수동의 ‘좋음’과 비교해 능동의 ‘좋음’은 안정적 편안함에서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유전적 다양성에서 능동적 개체가 가지고 있는 이 호기심은 급속한 ‘좋음’을 추구하고 바로 쉽게 지루해진다. 인류의 진화 라인은 능동적 ‘좋음’에 의해 호기심과 지루함으로 진행하고 있는 듯하다.

인류의 서식 환경뿐만 아니라 종교를 포함한 인본위주의 정치 외교적 관점에서 이 능동적 ‘좋음’에 의한 호기심과 지루함의 반복은 늘 작동되고 있다. 능동적 ‘좋음’에 의한 국제적인 갈등 구조는 전쟁, 폭력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생물종 다양성 파괴, 그리고 그로 인한 멸종 등은 많은 과학적 증거와 추정으로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수동의 이타적 좋음에 의한 안정보다는 능동적 좋음에 의한 호기심과 지루함을 택하고 있음은 400만년의 인류의 진화 라인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생명론적 관점에서도 ‘천 일 좋음’은 없다. 뇌가 발달된 인류에게는 더구나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 뒤에 남을 인류를 위해 수동의 이타적 성향으로 ‘늘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늘 좋은 사람은 성립되지 않지만 인간 고유의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가능하다.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이다.

이 상상력은 지구의 생명과 존속을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호기심과 지루함의 반복으로 끝없는 갈등구조를 생성하는 능동의 ‘좋음’을 견제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달리는 호랑이 등 위에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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