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날벼락 맞은 ‘종이빨대’
‘리앤비’는 종이빨대를 만드는 친환경 제품 스타트업이다. 화성시에 소재한 리앤비는 접착제를 사용하던 기존 공정에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빨대를 생산하는 방법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한솔제지가 폴리에틸렌(PE) 코팅을 하지 않은 친환경 종이 원지를 공급했다. 이 회사는 스타벅스, 폴바셋, CU 등 국내 주요 업체와 계약을 맺고 종이빨대를 납품해 왔다. 올해 10월까지 종이빨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세븐일레븐, 메가커피 등의 업체와 수급 계약도 체결했다.
리앤비의 매출이 고공행진을 한 데는 자원재활용법 시행에 따라 카페 등에서 종이빨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이기 때문이었다. 종이빨대는 국내 커피전문점·편의점에서 연간 100억개 이상 사용돼온 플라스틱빨대의 대체재다. 정부는 자원재활용법 개정과 함께 지난해 11월24일부터 음식점,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빨대, 종이컵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 1년간 계도기간을 두고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다 오는 24일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환경부가 지난 7일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종이빨대 제조회사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계도기간 종료를 보름가량 앞두고 생산량을 늘려놨는데, 플라스틱빨대 사용 금지 단속이 무기한 유예된 것이다. 종이빨대 제조업체들은 손바닥 뒤집듯 바뀐 정책에 말을 잊고 있다. 업체 창고마다 종이빨대가 수천만개씩 쌓여 있다. 11월부터 생산량이 엄청 증가할 것에 대비해 설비를 확충하고 인력도 늘렸는데 황당하고 난감한 지경이다. 판로를 잃고 빚더미에 앉을 판이다. 도산 위기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을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감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방침을 뒤집은 행태에 환경단체는 물론 일부 국민의 비판도 크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무책임하고 무지한 정책 뒤집기는 선거에 도움은커녕 역효과를 부를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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