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하철 1호선’ 다시 달리지만… 소극장 ‘학전’ 폐관에 마지막 열차 될 수도
학전, 내년 3월 15일 문 닫기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9일 대학로 소극장 학전에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전이 내년 3월 15일 개관 33주년에 문을 닫기로 하면서,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지하철 1호선’의 올해 첫 공연인 이날 저녁 학전. 늘 그랬듯 공연 시작 직전 극장에 나타난 김민기(72)는 살짝 목례만 하곤 지나쳐 갔다. 머리가 하얗게 샌 듯 보였고 한 손에 지팡이를 짚은 걸음이 느리고 조심스러웠지만 학전 관계자는 “여전히 잘 움직이시고, 연습 과정도 쭉 함께했다”고 전했다.
‘아침 이슬’ ‘상록수’의 가수 김민기가 1991년 문을 연 학전은 오랜 경영난에 김 대표의 위암 판정이 겹치며 폐관을 최근 결정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학전의 상징성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고, 공연 분야 공공기관에서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폐관이 예정된 내년 3월 이후에도 이 극장에 계속 공연이 올라갈지는 알 수 없다.
‘지하철 1호선’은 당시엔 흔치 않았던 라이브 연주 등으로 화제를 모으며 4200여 회 공연에 73만명 이상 관객이 관람한 전설적 뮤지컬. 1980년대 베를린 배경의 독일 극단 작품을 1990년대 서울로 옮겼고, 1994년 초연 뒤 시대상을 반영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지금 작품의 배경은 1998년 12월, IMF 외환 위기 직후의 서울이다.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조승우 같은 배우들, 재즈가수 나윤선 등이 ‘지하철 1호선’과 함께 학전에서 성장했다, 극장 앞 동판 노래비가 있는 고(故) 김광석 등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이 끊기지 않았던 음악 팬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뮤지컬도 세월과 함께 나이가 들었다. 지금 서울 거리엔 피란민 출신 곰보할매의 리어카 노점도, 정리해고 뒤 지하철 계단에서 잠드는 회사원도 없다. 수배를 피해 다니는 운동권 학생도 사라졌고, ‘청량리 588′도 재개발로 자취를 감췄다. 패기 있는 젊은 배우들이 최선을 다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고개를 든다.
그럼에도 약혼자를 찾아 옌볜에서 서울로 온 ‘선녀’를 위로하는 극중 노래엔 여전한 울림이 있다. “하지만 너의 슬픔은 곧 사라져/ 그건 내가 약속할 수 있어/ 그러니 용기를 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왜냐면 넌 너무 예뻐, 울 때조차….” 어쩌면 이 극장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향한 엘레지처럼 들린다.
뮤지컬 공연은 올해 말까지. 내년 초엔 매년 열어온 김광석 노래 부르기 경연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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