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한국경제 내년도 성장전망 여전히 어둡다

경기일보 2023. 11.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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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우리 경제는 올해도 1.4% 정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내년에도 별로 좋아질 것 같지 않다. 국내외적인 경제환경이 올해보다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우선 대외적인 요소로는 우크라이나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데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새롭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중동전으로 확대된다면 석유 가격의 급등으로 비화돼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 찬물을 끼얹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또 미국 경제의 물가 상황과 고금리정책이 쉽게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도 우리에게는 부담이다. 미국, 일본 경제가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역시 앞으로의 전망은 좋지 않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경제도 에너지 가격의 폭등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 경제 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국내 물가의 안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 우려된다. 10월의 소비자 물가가 전년비 3.8% 상승해 안정을 찾지 못하는 데다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달러 환율이 1천300원 수준까지 상승함으로써 수입물가 상승 부담으로 파급되고 있어 문제다. 여기에 유가 상승과 같은 악재마저 발생한다면 물가안정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내년에는 총선이 있는 해여서 돈이 많이 풀릴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따른 물가 상승도 우려된다.

둘째, 국내 경기 부진과 물가 상승으로 소비 증가가 성장을 견인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생필품 가격이 너무 올랐고 석유류 가격의 인상과 더불어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이 예상돼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얇아질 전망이어서 소비 진작에 의한 성장 전망은 어둡다. 주식시장마저 침체되고 있을 뿐 아니라 주택시장도 잔뜩 움츠러든 점 등도 소비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셋째, 해외 경기가 침체 국면에 있는 데다 국내외 금리가 고공 상태여서 설비투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부실 기업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문제이고 그에 따른 부채 상환의 연체도 금융 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 다만 반도체산업의 대규모 투자와 전기차 생산투자 그리고 중동 특수 등에 의한 투자는 기대할 수도 있다.

넷째, 수출시장 수요도 커다란 신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의 무역수지 흑자는 수출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입 감소에 의한 불황형 흑자다. 반도체는 침체를 벗어나는 분위기이긴 하나 수요가 크게 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주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도 상황이 좋지 않고 독일 등 유럽의 선진국 경제도 과도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어 빠른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중동지역 국가들은 석유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그에 따른 특수를 기대해 볼 수는 있다.

다섯째, 부동산 시장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바람에 안정을 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영끌족들을 포함한 다주택 보유자들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이 같은 여러 요인을 고려해볼 때 내년도 우리 경제는 2% 성장도 낙관하기 어렵다. 다만 중동에서의 전쟁과 우크라이나전쟁이 종식된다면 상황은 좀 달라질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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