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샤인머스캣, 마구 심다 보니 위기 초래/포도 농가 공멸 막으려면 대책 토론해라

경기일보 2023. 11.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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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샤인머스캣은 귀족 과일로 불렸다. 종전 품종에 비해 그만큼 혁신적이었다. 높은 당도와 섭취 편의성이 월등했다. 2014년 국내에서 생산 판매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판매 가격도 그만큼 높았다. 포도 농가에는 기적의 품종이었다. 그랬던 샤인머스캣의 위상이 갑자기 무너지고 있다. 당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선택도 눈에 띄게 뜸해지고 있다. 소비가 줄고, 가격 떨어지고.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본보 취재진이 심각한 현장을 둘러봤다. 11일 수원특례시의 한 전통시장 청과물 가게다. 판매 가격은 4㎏에 3만5천~4만5천원대다. 4~5년 전만 해도 8만~10만원대였다. 가게 입구에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당도 월등 보장’이라는 안내다. 뿐만 아니다. 사장이 손님들에게 일일이 설명한다. ‘도매시장에서 직접 먹어보고 맛있는 것만 골라왔다.’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지고, 당도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취재하는 동안 판매된 것도 없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기초한 도매가격 변동을 보자. 가락시장 거래물품을 중심(2㎏)으로 2020년 3만5천56원이었다. 그게 정점이었다. 이후 2021년 3만2천931원, 2022년 2만7천334원, 올해 2만4천13원이다. 비슷한 기간 동안, 포도 농가에 큰 변화가 있었다. 2016년 이후 국내 재배 면적이 늘었다. 2018년에는 묘목 품귀현상도 발생했다. 기존 포도나무를 작파하고 너도나도 바꿨다. 새롭게 시작하는 농가도 많았다.

재배 면적은 2016년 278㏊였다. 이게 매년 급증해 2023년에는 6천576㏊로 늘었다. 전체 포도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증가했다. 2016년 1.9%에서 2023년 44.4%나 됐다. 많은 양이 생산되니까 값이 싸지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맛있는 샤인머스캣을 싸게 먹을 수 있는 조건이 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제품의 질, 즉 당도 자체가 나빠졌다는 것이다. 소비자, 전문가, 농가까지도 이 사실을 인정한다.

잘못된 재배 남발이다. 샤인머스캣이 식생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적당한 기후와 토양, 일조량 등이 맞아야 한다. 이 조건을 무시한 재배는 모양만 같을 뿐 사실상 다른 종류의 포도라고 봐야 한다. 2016년 이후 이런 농가가 급증했다. 키워선 안 되는 곳에서 마구 키우기 시작했다. 지금 시중에 나도는 당도 떨어지는 샤인머스캣이 그렇게 생산된 것이다. 포도 농가 내부에서도 이런 결과를 우려했었다. 다들 ‘올 것이 왔다’는 탄식을 쏟아낸다.

이렇게 된 이상 공론화해라. 까놓고 토론해라. 포도농가연합회, 재배 농가 대표, 지자체 또는 농업 단체가 머리를 맞대라. 안 그러면 기적의 귀족 과일이 전통적 포도 농가까지 씨를 말리는 재앙이 될 수 있다. 가벼이 듣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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