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21] 돈의 맛
십몇년 전쯤이었던가. 명동의 사채업자를 알게 되어 몇 번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채업도 전문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력과 자격증은 필요 없었지만 나름대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었다. 그 전문성은 돈을 회수하는 능력이었다. 빌려준 돈이 회수가 안 되면 망한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을 판단하는 지인지감(知人之鑑)이 발달해 있었다. 돈 떼어먹고 도망갈 것인가? 또 하나의 특징은 말을 짧게 하고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점이었다. 밥 먹다가 강호 동양학의 장문인(?)을 제압하는 코멘트를 하나 날리는 게 아닌가! “돈맛을 알아? 맛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아는 체를 해?” “무슨 맛인데?” “죽어도 못 끊는 맛이지” “그런 맛을 ‘빈’(空) 맛이라고 하지. 앞으로 당신 호는 ‘공전’(空錢)이라고 해 봐. 근데 당신 뒤에 감방이 어른거리네.”
이 친구가 10년 세월을 뛰어 넘어 오랜만에 연락을 해 왔다. 강남에서 수천억대를 굴리는 선배 사채업자가 갑자기 죽었다는 것이다. 그 선배는 얼굴에 난 검버섯과 뾰루지를 제거하는 치료를 한다고 간단한 마취를 했는데 그만 못 깨어나고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죽고 나서 캐비닛에 있었던 돈 빌려준 장부를 들여다보니까 전부 암호로 되어 있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본인만 아는 암호였다. 항상 검찰 수사에 대비했던 것이다. 본인이 죽고 나니까 그 가족이 돈을 회수할 방법이 없었다. 주변에서 거액을 빌려갔던 수십명이 만세를 불렀다는 후문이다.
업자의 황망한 죽음은 공전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돈 써보지도 못하고 ‘쩐의 전쟁’만 하다가 죽어버리니까 아무 소용없네!” 내공이 깊다고 알려진 어느 신흥 종교 교주를 만났을 때 돈에 대해 물었다. 나는 고단자를 만나면 복잡한 형이상학적인 질문 안 하고 단순하게 ‘쩐’(錢)과 ‘색’(色)에 대해 질문한다. 교주는 세 마디로 답변했다. “돈은 필요 없는 것이네”, “돈은 강물처럼 흘러가지. 한군데에 가둬 놀수가 없어. 자기가 아무리 안전하게 가둬 놓는다고 해도 결국 사회가 해체하는 수가 있어”. “그렇지만 돈이 필요할 때는 또 필요하지” 돈이 필요없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밤낮으로 간절하게 기도하고 염원하면 그 일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화엄경 식으로 말하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이야기이다. 강물처럼 흘러간다는 말은 돈이 결국은 흩어지게 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쓸 때는 과감하게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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