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조화로운 ESG - 풍력발전기 날개가 까만 이유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2023. 11. 1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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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을 위해 열심히 힘을 쏟는 사업이 다른 ESG 아이템에 위배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야심찬 투자계획을 구상 중인데 의도치 않게 그 계획이 자연파괴를 가속화한다면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결국 ESG 실천은 다른 ESG 사항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해 그야말로 '조화로운' ESG 실천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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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권 원장

ESG경영을 위해 열심히 힘을 쏟는 사업이 다른 ESG 아이템에 위배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야심찬 투자계획을 구상 중인데 의도치 않게 그 계획이 자연파괴를 가속화한다면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실제로 이런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발생한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절반 이상의 태양광 시설이 숲에 설치됐다고 한다. 지역환경상 삼림지역에 태양광 시설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보니 이런 추세면 매년 약 121㎢의 삼림이 소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영국은 넷제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30GW의 해상풍력 발전을 설치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 계획이 실현되면 여기에 충돌해 사망하는 조류가 연간 100만마리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풍력과 태양열발전소는 화석연료발전소보다 발전단위당 최소 10배 이상의 땅이 필요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신재생 및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자연 서식지 개간은 숲과 삼림의 급속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ESG 실천은 다른 ESG 사항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해 그야말로 '조화로운' ESG 실천이 돼야 한다. 태양열발전소는 삼림을 파괴하기보다 이미 퇴화한 땅에 설치하고 풍력터빈은 중요한 철새 이동 경로를 피해 배치할 뿐 아니라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 하나를 검은색으로 설치해 새가 충돌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8월 '당신의 전기자동차는 얼마나 그린인가' 라는 기사를 실었다. 내용은 전기자동차 스타트업들이 이윤이 많고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더 크고 무거운 전기차를 만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배터리의 평균 크기가 갈수록 커져 장기적으로 경제적, 환경적 관점에서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블룸버그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평균 배터리 크기가 매년 10% 증가했다고 한다.

배터리 크기가 클수록 원재료가 많이 필요하므로 가뜩이나 부족한 원재료 수급상 애로가 발생하고 가격인상으로 수익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 이용과정에서도 큰 배터리를 탄소중립적인 방법으로 충전하려면 더 많은 저탄소 전기가 필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자원 사용상 부담으로 인해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가 더디고 교통수단의 탈탄소화가 지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전기차지만 단순히 전기차를 만들고 이용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되고 보다 친환경적인 전기차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있어야 함을 지적하는 기사였다.

이상에서 보듯 ESG 실천은 한가지 목표만 좇는 일방향적 실천이기보다 여러 ESG 가치를 감안한 '종합적이고 조화로운 실천'이 돼야 할 것이다. 게다가 까만 날개를 단 것 같은 풍력발전기가 조류 생태계를 지켜주는 지혜가 되듯 보다 지혜롭게 ESG를 달성해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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