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논평] 이스라엘 군대는 가자지구의 전쟁범죄를 당장 멈추고 평화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 정종훈 교수
성경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로마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고 진압된 후에 세계를 유랑하며 멸시와 천대를 받기 시작한 것이 2세기 초입니다. 로마 군대에 의해서 추방당한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은 유대교의 전통을 중시했기에 기독교적 가치관을 지닌 유럽인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사회적으로 차별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의 히틀러 정권이 유대인 600만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는 그 연장선에서 발생한 역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시오니즘 운동의 기치 아래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주를 시작했던 것은 제1차세계대전 이전의 일이었습니다. 히틀러 정권의 억압과 위협은 유럽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생명과 재산의 보호처를 찾아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가속화 했습니다. 그러자 지난 2000년 동안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거주지의 갈등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도 1948년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이스라엘 국가의 수립을 지지하며 지원했습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사이에서 전쟁이 종종 발생했던 것은 이스라엘이 국가 수립을 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로 추방한 것에 기인합니다. 1964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권리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 조직되었습니다. 그 후 팔레스타인 군사단체와 이스라엘 사이에 테러와 무력 진압이 빈번히 발생했고, 그러던 중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요르단강 서쪽의 서안지구와 지중해 쪽 가자지구에서 자치권을 얻게 되었습니다.
평화협정의 협약대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는 것으로 진전이 되었다면, 팔레스타인 지역은 물론이고 중동 전역에 평화가 도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국가 수립을 인정하지 않았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높은 담을 쌓아 감옥처럼 격리하며 억압했습니다. 게다가 인구밀도가 심한 그곳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며 위화감을 조성했습니다. 가자지구의 군사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해서 비인간적이고 무자비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테러를 한 배경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이스라엘 주민 950만 명과 팔레스타인 주민 530만 명이 생명과 재산을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이미 가자지구에서만 1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2만 5천 명 이상의 부상자가 생겨났고, 가자지구 전체 주민 230만 명 가운데 70% 이상이 집을 떠나 피난민이 되었습니다. 전기공급과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무차별 폭격을 당하는 가자지구의 주민들은 아직은 살아있다고 할지라도 그 삶이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전쟁 관련한 국제협약은 전쟁을 최소화하고 잔인함과 비참함을 막기 위해 제한사항을 두고 있습니다. 전쟁에 직접 종사하지 않는 무고한 주민들과 전쟁에 무관한 시설에 대해서는 보호해야 한다는 구별의 원칙과 피해 이상의 보복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하마스의 기습폭격 이래로 이스라엘군은 난민들의 피난처와 병원 시설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내부 자국민과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반대를 개의치 않고 전쟁을 확대하며 살상을 지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과거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현재를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고향에서 추방의 아픔을 당했다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향에 거주할 현재의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경험했다면,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집단학살의 비극을 재현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 수립의 기쁨을 누렸다면,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국가를 수립하고 자유롭게 살 권리를 지금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이스라엘 군대가 전쟁범죄를 당장 멈추고, 팔레스타인과 평화공존의 길로 신속히 나가야 함을 강력히 촉구해야 합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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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alethei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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