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두 바퀴’ 오토바이 사용법 [사이공모닝]
5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게 취미입니다.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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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은 몇명일까요? 실을 수 있는 짐은 얼마나 될 것 같으십니까? 팜 탄 롱이라는 베트남 사진가가 도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로 오토바이 탄 사람들을 찍었습니다. 이를 베트남 온라인 잡지인 ‘사이고니어’가 모아 영상으로 만들어 공개했는데 우리의 상상을 넘어섭니다.
작은 두 바퀴 오토바이 위에 수백 봉지의 라면과 과자를 싣고 달리는 여인, 오토바이 길이의 3배가 넘는 기다란 막대 수십개를 매달고 가는 사람, 사람이 앉을 자리를 커다란 포대 자루에 양보하고, 쇠 파이프를 들고 달리는 남녀 한 쌍…. 매일 베트남에서 보던 장면들이지만 봐도 또 봐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오토바이 쓰임새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이라는 말은 이제 한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표현이 되어버렸습니다. 베트남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수식어인 만큼, 많은 사람이 쉽게 쓰는 말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베트남은 세계 4위의 오토바이 시장이자 세계 3위의 전기 오토바이 시장입니다. 90% 이상의 가정이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벤틀리와 벤츠 SUV를 가진 부자들도 퇴근하고 친구를 만날 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옵니다. 괜히 승용차나 SUV 같은 큰 차를 가지고 갔다간 이동 시간이 배로 늘어나고, 주차장 찾기도 쉽지 않거든요.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란 단순한 교통수단의 의미를 넘어섭니다. 운전자의 키보다 높은 쇼케이스를 얹어 죽이나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를 파는 상인에게 오토바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업체’입니다. 작은 오토바이에 성인 남성 4명이 탑승해 커다란 유리를 옮기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들에게 오토바이는 트럭 못지않은 운송 수단이었을 겁니다. 어린 아이 둘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장면입니다. 이들에겐 가족의 나들이를 책임지는 든든한 이동 수단이지요. 몸집만 한 얼음 포대 8개를 오토바이에 얹는 청년을 보면 ‘등이 시리진 않을까’ 걱정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지만요.
작은 배달통 하나 매달고 다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베트남에서 마주하는 오토바이는 신기한 ‘묘기 대행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토바이 조기교육’을 받은 젖먹이들은 엄마, 아빠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오토바이 안장에 착 붙어 앉는 것부터 배웁니다. 조금 더 크면 동서남북에서 제멋대로 움직이는 오토바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오토바이를 안전하게 운전하는 기술도 터득할 테지요.
◇호기로운 객기? SNS 관심 끌다 철창행
그런데 최근 진짜로 ‘묘기’를 부리다가 경찰에게 붙잡히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 앞바퀴를 들고, 안장에 드러눕고, 페달에서 발을 뗀 채 운전하는 ‘호기로운’ 영상을 찍는 게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에는 베트남의 유명 모델이자 배우인 응옥 찐이 곡예 운전을 하다 공안(우리의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것처럼 허리를 젖힌 채 눕거나 양손을 떼고 일어나는 등 위험천만한 행동을 찍어 SNS에 올린 것이지요. 경찰은 오토바이 두대를 압수하고, 벌금 850만동(46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대형 오토바이 면허증이 없었다며 구금 명령도 내렸죠.
응옥 찐이 경찰에게 붙잡히고 나서도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지난 6일 베트남 래퍼 드로피와 드로우가 유튜브에 공개한 ‘드레스 업’(Dress up)이라는 뮤직비디오에서도 오토바이 앞바퀴를 들어 올리며 곡예 운전을 하는 운전자와 이에 환호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공개되며 비판을 받았습니다. “연예인들의 행동은 젊은이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달 초, SNS에 수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20~30대 청년 3명이 헬멧도 쓰지 않은 채 오토바이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앞바퀴를 들어 올린 채 운전하는 영상을 올려 구속됐습니다. SNS에서 ‘좋아요’나 ‘하트’ 같은 호응을 얻기 위해 묘기 대행진을 펼치는 거죠.
◇조심, 또 조심
그런데 한가지 꼭 알아두실 게 있습니다. 오토바이는 멀쩡한 방법으로 타도 위험합니다. 저 역시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재미에 맛을 들렸지만, 오토바이를 타다 사망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잊을만하면 오토바이를 빌려 여행하다가 사망했다는 한국 관광객의 소식이 들립니다. 방송인 노홍철씨 역시 베트남 여행 중 오토바이 사고로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올해 초에는 넥스트 출신 기타리스트 임창수씨가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요.
베트남에선 다리 한쪽을 붕대로 칭칭 감고, 얼굴까지 다쳐오는 친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살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토바이끼리 부딪혀 사람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한 것도 여러 번입니다. 베트남에서는 작년 12월 15일부터 올해 10월 14일까지 10개월 동안 전국에서 982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사망자만 5496명으로 하루에 18.4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것입니다. 부상자도 6973명에 달합니다. 안전만큼 중요한 게 없단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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