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모도 '험지'로?…뜨거워진 與 공천 경쟁
인요한 혁신위 압박·이준석 대구 신당 등 변수
당-대 관계 잡음 나올 가능성…공천 룰 관건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내년 4·10 총선 출마를 위한 대통령실 참모들의 '탈용산'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용산 참모들이 총선 대진표에 대거 이름을 올리고 내각에서도 차출론이 제기되면서 여권 내 공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친윤계에 험지 출마를 압박하고 있고 비윤(非윤석열)계의 '대구 신당설'이 급부상하면서 공천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용산은 총선과 거리를 두고, 여당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공천 룰을 조속히 마련해야 '집안싸움' 과열 양상을 사전 차단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실 대상 국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서 참모들의 '2차 출마 러시'가 가시화했다. 비서관급에서는 전희경 정무1비서관이 지난 10일 용산 근무를 마쳤다. 경기 의정부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전 비서관의 출마 지역은 의정부갑이다.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과 김대남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도 지난달 말 물러나 각각 충북 청주 청원, 경기 용인갑 출마 준비에 들어갔다.
행정관급에서는 이달 들어 김기흥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인천 연수을 출마를 위해 대통령실을 떠났다. KBS 기자 출신인 김 부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함께 뛴 '원년 멤버'다. 정무2비서관실 이병훈 행정관(경북 포항남울릉)과 배철순 행정관(경남 창원 의창), 여명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서울 동대문갑)도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대선 캠프 때부터 안살림을 맡아왔던 '원년 멤버' 신재경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인천 남동구갑)과, 신진영 시민사회수석실 국민통합비서관실 행정관(충남 천안병)도 이달 중순 대통령실을 떠난다. 이밖에 정호윤 공직기강비서실 행정관(부산 사하갑), 허청회 정무수석실 행정관(경기 포천·가평), 김성용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서울 송파 병), 김보현 부속실 행정관(경기 김포 갑), 조지연(경북 경산) 행정관도 총선 출마를 위해 이달 중 사퇴가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김찬영 행정관이 고향인 경북을 도전을 위해 물러났다. 김 전 행정관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청년특별보좌관 출신으로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대통령실에 입성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인 김인규 정무수석실 행정관(부산 서·동구)과, 이창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부산 연제)도 최근 본격적인 출마 준비를 위해 대통령실을 떠났다. 변호사 출신인 전지현 홍보수석실 행정관은 수도권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환(서울 중랑을)·이동석(충북 충주)·최지우(충북 제천·단양) 전 행정관은 일찌감치 대통령실을 떠나 총선 준비 중이다.
수석급에서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이달 중순께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전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갑 재도전도 관측됐지만 고향인 충남 홍성-예산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추석 연휴 전 퇴임했던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역시 고향인 경북 영주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기준, 출마를 공식화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비서관·행정관급 인사 규모만 20여 명이다.
이 외에도 김은혜 홍보수석과 안상훈 사회수석도 출마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도 총선 출마가 점쳐진다.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되면 연말께 용산 참모와 내각에서 장·차관급 인사의 출마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 나가기 위해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인 내년 1월 11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면 된다. 내각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추경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오진 국토부 1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이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용산 참모와 내각 인사까지 합하면 출마 예상자는 4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중 수도권 격전지나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험지 출마 예상자는 1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수는 현역 여당 의원들과 맞붙으면서 치열한 '집안싸움'이 예상된다. 우선 충남 홍성·예산에 출마하는 강 수석은 이곳 4선 중진 홍문표 의원과, 임 전 2차장도 영양군봉화군울진군를 두고 초선 박형수 의원과의 경선이 불가피하다. 또 주 비서관이 부산 수영으로 출마를 확정할 경우 전봉민 의원과,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이 경북 구미을에 출마하게 되면 김영식 의원과 맞붙게 된다. 이 외에 이병훈, 배철순, 허청회, 이동석, 최지우, 이창진, 김인규 등 전 행정관들의 출마 예정지도 국민의힘 현역이 버티고 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중진과 친윤에 험지 출마를 압박하는 가운데, 당내에선 용산 참모와 내각 인사도 예외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 인적 쇄신을 위해 '현역 하위 20% 공천 배제'라는 강도 높은 혁신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그 빈자리를 용산 참모와 내각 출신 인사가 채우면 '쇄신'이 아닌 '용산발 물갈이'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비윤계가 최근 보수의 본진인 대구를 핵심 기반으로 하는 신당 창당을 구상하고 전국에 총선 후보를 낼 수 있다고 밝히면서 공천 셈법은 더 복잡해진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 A씨는 "대통령실에 있는 분들도 인 위원장이 얘기한 '희생'에서 자유롭지 않지 않겠나. 오히려 더 적용돼야 한다"며 "(공천권을 두고)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선 김 수석을 향해 '수원 출마' 요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의 지역구였던 경기 분당갑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있는 분당을 출마도 거론되지만 박민식 보훈부 장관도 이곳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이에 경기도지사 출마 이력이 있고, 윤 대통령을 취임 이후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대중 인지도가 높은 김 수석이 격전지인 '수원' 출마에 도전해 총선 전체 분위기를 견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 수원 5개 석은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한동훈·원희룡 등 '스타 장관'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설도 당사자 의지와 별개로 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총선이 임박할수록 당과 대통령실이 공천을 두고 미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후보들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천 기준과 규칙을 정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A 씨는 "무엇보다 후보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 정치적인 수사로 얘기할 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선거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은 여론의 최일선에 있는 여당이 주도권을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내 사람을 내보내서 당선시키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여당으로 출마해 당선된 사람은 모두 내 사람이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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