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칼럼] 다윗의 별과 네타냐후
민간인 희생자 벌써 1만 넘어
융합과 공존의 별 의미 되새겨
일단 휴전 통해 삶의 길 열어야
다윗의 별이 다시 보인다. 히틀러의 광기 아래 산산조각이 났던 다윗의 별이 가자지구를 무차별적으로 짓밟으며 오만의 상징이 되고 있다. 아마도 하마스의 지도자 신와르를 잡을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신와르에 대해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만 명이 희생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위인이라 분석했다는데 그것은 말을 바꾸면 그를 잡을 때까지 이스라엘도 수만 명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이를 어쩌나.
우리는 알고 있다.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신체의 일부분을 잃고 살아가야 하는 자의 고통을. 그저 우는 일밖에 할 수 없는 아이들과, 공포에 사로잡혀 울지도 못하고 떨고 있는 사람들을. 그들은 6·25전쟁 때 정처 없는 피란길에서 한순간에 가족을 잃거나 신체의 한 부위를 잃고 삶의 붕괴를 경험해야 했던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요, 우리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죽거나 어머니가 죽거나 형제자매가 죽거나, 도대체 그 이상 가혹한 일이 있을까.
나의 외할머니는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아들들을 잃었단다. 권위 있는 안방마님에서 남편 없이 졸망졸망한 아이들을 책임져야 했던 가장이 되고 나서 할머니는 어떻게 해도 소화되지 않는 고통 때문에 평생을 시달렸단다.
“그 후론 늘 고단하고, 늘 소화가 안 됐어. 죽지도 못했지. 남은 아이들을 지켜야 했으니. 어디 한군데 편하게 머물 수가 없는 거야. 편하다고 느끼는 순간 심장이 두근두근, 불안했거든.”
할머니는 한자리에 머물지를 못했다. 딸들의 집을 돌아가며 지내셨는데 우리 집에 오시면 나와 한방에서 지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할머니에게 들은, 뜻도 모를 이야기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니 죽는 줄도 모르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살아도 산 게 아닌 사람들을 만드는 전쟁은 그저 역사 속에서만 보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무조건 휴전해야 한다. 죽음 앞에 무슨 국적이 있나, 공포와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의 출구를 마련하는 것이 인권 아닌가. 언제까지 죽이고 죽을 것인가. 언제까지 서로의 존재를 악으로 규정하며 부정할 것인가. 하마스의 적개심과 이스라엘의 오만이 돌고 돌며 만들어내는 갈등과 증오의 이야기는 언제 끝날까.
다윗의 별은 삼각형 두 개를 겹쳐놓은 융합의 별이다. 융합의 전제는 공존이다. 적개심을 융합으로 바꾸는 연금술이 일어나기 위해 국제사회의 관심도 필수적이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으니.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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