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슈] 소년들은 왜 사라졌는가? '선감학원'
[앵커]
선감학원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가난한 소년들을 '부랑자', '불량소년'으로 낙인찍어 강제로 수용했던 시설인데요.
1942년부터 1982년까지 40년 동안 운영되며 심각한 아동 인권 침해가 일어난 곳입니다.
그 피해자들을 강영관 기자가 만나 봤습니다.
[김영배 / 선감학원 피해자 : 지옥이라는 그 말이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그냥 고개만 들면 때렸고.]
[김춘근 / 선감학원 피해자 : 나무를 제대로 못 심으면 발로 차고.]
[이 씨 / 선감학원 피해자 : 매일 같이 폭행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가난한 아이들을 부랑아로 낙인찍어 강제로 수용했던 '선감학원'
불법 감금, 강제노역, 가혹행위는 학원이 폐쇄된 1982년까지 계속됐다.
아이들은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 씨 / 선감학원 피해자 : 헤엄쳐서 도망을 가리라고 마음먹고 물이 많이 빠진 것을 확인하고 갯벌로 부지런히 갔는데 발목까지 빠지고 무릎까지 빠지고. 이러다가 물이 들어오면 나는 죽겠구나 싶어서.]
피해자 이 씨의 가족을 데려오겠다며
선감학원에서 탈출한 친구는 사흘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씨 / 선감학원 피해자 : 누군가가 떠밀려 왔다고. 그곳에 갔더니 그 아이가 죽어서 되돌아왔습니다.]
[김영배 / 선감학원 피해자 : 수습해요. 시신을. 원생들이 다 해요. 공동묘지에 안치시키는데 어린아이들이 시체 보는 것만 해도 공포거든요.]
그렇게 섬에 암매장된 아이들의 주검은, 또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실상은
2020년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근식 / 전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2022. 10. 20) : 무리한 부랑아 대책을 수립하여 무분별한 단속 정책을 주도한 국가. 구체적으로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와 부랑아 단속 주체인 경찰, 선감학원을 운영한 경기도 등은 이러한 총체적 인권유린의 책임이 있습니다.]
[김동연 / 경기도지사] (2022. 10. 20) : 경기도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선감학원 진실규명을 위한 2차 시험발굴에 나섰고,
발굴된 쇠붙이를 본 피해자 이 씨는 자기 손으로 묻은 친구의 유품임을 확신했다.
[이 씨 / 선감학원 피해자 : 축축해서 어떻게 있었니.]
유해는 치아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시신이 가매장 된 데다,
산성 토양이라 부패가 심했기 때문이다.
[김진희 / 진실화해위원회 조사팀장 : 1차 유해 발굴 때는 다섯 기 모두에서 유해가 나왔었고, 꽤 많은 치아가 나왔거든요. 그런데 불과 1년밖에 안 지났는데 아예 유해가 나오지 않거나 유해가 나오더라도 치아 한 개만 나왔다는 것 자체가 지금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아직 발굴해야 할 분묘가 이곳에만 백여 기가 넘는다.
유해 발굴만 시급한 것이 아니다.
[김영배 / 선감학원 피해자 : 사과를 해야지요. 정식으로. 지금 피해자들 나이가 팔십, 칠십. 이 사람들이 문제 해결되는 것을 보고 행복을 느끼면서 인생을 마감할 수 있으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잖아요.]
정부의 사과와 추모 공간 조성도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 사항이었으나 부처 간 협의는 지지부진했다.
국가 기관의 실질적 권고 이행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안이 시행되자
행정안전부와 경기도는 논의의 속도를 높였다.
[조상민 / 행정안전부 사회통합지원과 과장 : 선감학원 피해자분들의 명예 회복과 치유를 위해서 적절한 사과의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마순흥 / 경기도 인권담당관 : 유해 발굴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약속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경기도는 적극적으로 행정을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놓여있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이 삶에 깊이 새겨졌기 때문이다.
[이 씨 / 선감학원 피해자 : 저는 부랑아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국가는 저를 그곳에 가둬놓고 50년이 넘는 지금까지 저는 아파서, 아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선감학원 진상규명을 위해 발의됐던 법률안은 자동 폐기됐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사과를 아직 받지 못했고, 지금까지 스물한 명이 사망했다.
[김영배 / 선감학원 피해자 : 빠른 시간 내에 유해 발굴이 되면서 정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게 제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시간은 그리 오래 남지 않았고
땅속 어린 주검도 사라져 가고 있다.
제작 : 강영관[ykka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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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강영관 (ykka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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