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월드컵] '골대 2번'에 운 변성환호…한국, 첫판서 미국에 1-3 패배 → 프랑스전에 사활 걸어야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첫 경기를 아쉽게 놓쳤다.
한국은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네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1-3으로 패했다.
변성환호는 지난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이들은 아시안컵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대체로 프로 산하 유스팀 출신으로 기술에 강점을 보여줬고, 공격 성향의 전술로 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월드컵에서도 공격하는 축구를 목표로 한 변성환호는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17세 이하 4개국 친선대회는 변성환호의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한국은 모로코에 2-3으로 졌지만 강호 잉글랜드·벨기에와 각각 1-1, 3-3으로 비겼다. 매 경기 득점으로 세계 선수들을 상대로도 '공격 축구'가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1987년, 2009년, 2019년에 기록한 8강 이상의 성적을 정조준하고 있다. 변성환 감독은 출국 전 "그동안 한마음이 돼 해온 것처럼 월드컵에서도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주도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능동적인 축구를 이어가겠다"라고 출사표를 밝혔다.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마지막 담금질을 마친 뒤 자신감은 더욱 올랐다. 경기 직전 변성환 감독은 "모든 준비는 끝났다. 미국의 사령탑이 코스타리카 출신으로 바르셀로나처럼 높은 지역에서 압박하고 빌드업을 통해 찬스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력 분석을 끝낸 모습이었다.
이어 "우리도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하기 때문에 어느 팀이 더 수준이 높은지 가려질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갖고 있던 스타일대로 공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물러섬 없이 말했다.
한국에 대한 기대감은 대단했다. 미래 스타 등용문인 U-17 월드컵을 앞두고 영국 '가디언'은 60명의 유망주에 김명준(포항스틸러스 U18)을 포함하며 제2의 손흥민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준은 가디언의 기대대로 고교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황희찬 등을 배출한 포항 유스팀 출신으로 지난 아시안컵부터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명준은 고교생인데도 불구하고 빼어난 골 결정력과 함께 스피드, 그리고 연계 능력까지 갖춘 공격수. 지난 아시안컵에서도 4골 1도움으로 한국을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롤 모델로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을 꼽을 만큼 완성형 공격수로 성장하고 있다.
김명준이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최전방을 책임졌다. 변성환 감독은 평소처럼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명준을 원톱에 두고 양민혁(강원FC U18), 진태호(전북현대 U18), 백인우(용인시축구센터 U18), 윤도영(대전하나시티즌 U18)을 2선에 배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차제훈(중경고)이 맡았다. 포백에는 서정혁(전북현대 U18), 유민준(성남FC U18), 강민우(울산현대 U18), 배성호(대전하나시티즌 U18)가 호흡을 맞췄고 골문은 홍성민(포항스틸러스 U18)이 지켰다.
이에 맞선 미국은 올해 2월 북중미 U-17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월드컵에 합류했다. 코스타리카 국적의 곤살로 세가레스 감독이 지휘하는 미국은 리버풀 유스 출신의 케이롤 피게로아를 최전방에 배치하며 공격적으로 임했다.
한국은 초반부터 측면에서 빠르게 볼을 연결하며 미국을 공략했다. 공격진의 대담한 플레이가 좋은 대표팀은 전반 4분 절호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왼쪽에서 절묘한 패스로 깊숙하게 파고든 한국은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윤도영이 상대 박스 안에서 왼발 바이시클 킥을 시도했다. 미국 골키퍼가 바라만 봐야 했던 코스였지만 골대를 때리는 불운을 겪었다.
기회를 놓친 한국은 아쉽게도 3분 뒤 실점했다. 왼쪽 측면이 허물어진게 뼈아팠다. 상대 크로스를 강민우가 발을 갖대대며 차단했지만 멀리가지 못했다. 하필 뒤로 흐른 볼이 님파샤 베르키마스에게 이어졌고 그대로 슈팅을 허용해 선제 실점했다.
예상치 못한 골 허용에 한국은 반격 기어를 올렸다. 전반 15분 오른쪽 측면을 거쳐 최전방 김명준에게 기회가 왔다. 김명준은 박스 안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에게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은 이어진 코너킥에서 윤도영의 날카로운 킥으로 혼전 상황을 만들면서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이 더욱 주도하는 흐름을 가져갔다. 빠르게 공격하는 방식에 미국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면서 기회가 계속 생겼다. 왼쪽에서 돌격대장을 맡은 양민혁이 미국 수비를 흔들기 시작했다. 전반 32분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상대 수비 2~3명을 따돌린 양민혁이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미국 골키퍼가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았으나 하필 또 골대를 맞았다.
전반에만 두 차례 골대 불운에 기세가 꺾일 만한데 대표팀은 더욱 맹렬히 공격했다. 35분 마침내 동점골을 뽑아냈다. 양민혁이 또 다시 강하게 슈팅했고 골키퍼가 처음은 막았지만 김명준이 재차 밀어넣으면서 1-1을 만들었다.
신이 난 한국은 전반이 끝날 때까지 공격을 퍼부었다. 골을 합작한 양민혁과 김명준의 호흡이 좋았다. 전반 38분에는 양민혁의 침투 패스에 김명준이 골키퍼와 경합하며 또 한 번의 득점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전반 41분에는 서정혁이 역전골 찬스를 잡았지만 슈티잉 골키퍼 정면으로 향해 아쉬움을 삼켰다.
변성환호는 예고대로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고 있다. 추가시간에도 백인우가 힘을 실어 슈팅을 시도했으나 상대 수비 맞고 굴절됐다. 공격에 매진하던 한국은 6분의 추가시가닝 다 흘러갈 무렵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미국에 유효슈팅을 내줬으나 홍성민 골키퍼가 선방했다.
하프타임에 들어가기 전까지 전반 동안 14개의 슈팅을 시도한 한국은 3개에 그친 미국을 압도했다. 골대 2번을 맞추는 불운에도 기어코 골을 만들어내면서 후반 들어 리드를 잡을 여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자신감을 안고 후반을 시작했지만 수비에서 안정감이 다소 부족했다. 전반과 마찬가지로 후반에도 이른 시간에 미국에 실점했다. 후반 4분 또 다시 왼쪽이 미국 공격 전개에 허물어지면서 아찔한 장면을 허용했다. 미국 첫 골 주인공인 베르키마스의 첫 슈팅은 홍성민 골키퍼가 잘 막았으나 크루즈 메디나의 2차 슈팅은 차단하지 못했다.
결국 다시 골을 허용한 한국은 더욱 공격에 매진하는 팀 컬러를 보여줬다. 한국이 올라올수록 미국도 역습이 매서웠다. 후반 9분 메디나에게 재차 실점할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 홍성민 골키퍼가 손을 뻗어 막았다. 공격에서는 양민혁이 개인 돌파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려 매진했다. 이를 통해 얻어낸 코너킥에서 강민우가 머리를 갖다댔으나 살짝 벗어났다.
양민혁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후반 23분에도 왼쪽 깊숙하게 홀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면서 미국 수비를 꾸준히 흔들었다. 득점이 필요해지는 시간에 접어들었다. 후반 26분 첫 교체가 단행됐다. 한국은 김명준을 빼고 백가온(보인고)을 투입했다.
공격에 초점을 맞춘 교체였지만 수비에서 집중력이 좋지 못했다. 후반 27분 미국의 베르키마스에게 또 골을 허용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베르키마스의 각도를 잘 좁혔으나 윤도영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다시 볼을 잡은 베르키마스가 왼발로 낮게 깔아찼고 골문 구석에 꽂혔다. 실수를 한 윤도영은 바로 공격에 임해 슈팅까지 가져갔지만 골키퍼에게 안겼다.
한국은 선수 교체를 더욱 적극적으로 가져갔다. 윤도영과 차제훈을 불러들이고 김현민(영등포공고)와 임현섭(수원삼성 U18)이 들어갔다. 후반 막바지 김현민에게 기회가 났지만 슈팅 정확도가 좋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으로 10분이 주어졌다. 아직 많이 남은 시간에 한국은 이창우(보인고)와 황은총(신평고)을 투입하며 끝까지 따라붙기 위한 카드를 활용했다. 시간의 압박을 이겨내며 공격을 꾸준히 가져갔으나 격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마지막 순간 박스 왼쪽 바깥서 얻은 프리킥으로 마지막까지 공격을 펼쳤으나 미국에 1-3, 두 골 차 패배로 아쉽게 대회를 출발했다.
첫 경기를 놓친 한국은 오는 15일 프랑스와 2차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2연패를 피해야만 조 3위도 16강 진출을 기대할 수 있는 규정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프랑스에도 패하면 목표로 한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앞서 열린 같은 조의 프랑스와 부르키나파소의 대결에서는 우승후보 프랑스가 웃었다. 프랑스는 부르키나파소를 상대로 50%의 볼 점유율을 가져갔다. 총 13개의 슈팅을 시도해 8개를 유효로 만들 정도로 정확도 높은 마무리를 보여줬다.
전반 중반 들어서는 부르키나파소의 반격도 매서웠다. 이들도 측면의 빠른 플레이로 프랑스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전반 26분에는 얼리 크로스로 프랑스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볼을 위협적인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을 노리기도 했다.
프랑스는 후반에 골을 폭발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첫 골을 만든 건 스타드 렌의 공격수인 마티스 람부르드였다. 람부르드는 이 연령대에서 10경기 7골을 넣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월드컵 첫 경기에서도 골을 터뜨리면서 한국의 경계 대상 1호로 떠올랐다.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연달아 부르키나파소의 골망을 흔들었다. 비디오 판독(VAR) 끝에 페널티킥 판정이 내려졌고, 키커로 나선 조안 틴크레스(AS모나코)가 2-0을 만들었다. 승기를 잡은 프랑스는 후반 41분 한 차례 더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면서 3-0으로 크게 이겼다.
한국 대표팀 경기를 포함한 U-17 월드컵 전 경기는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와 스포티비 온(SPOTV ON)에서 생중계된다.
▲한국 U-17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일정(한국시간)
- 2차전 vs 프랑스 : 15일 오후 9시
- 3차전 vs 부르키나파소 : 18일 오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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