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상황‘ 이원석, 1순위 자존심 회복할까?
최근 삼성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화두에 오르는 인물은 다름-아닌 ’다이아몬드‘ 이원석(23‧207.5cm)이다. 팀의 미래로서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도 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이 기대치에 못하는 이유도 크다. 현재 그는 9경기에서 평균 8.33득점, 0.89어시스트, 5.78리바운드, 1.22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리그 3년차 젊은 선수로서 나쁜 성적은 아니다. 블록슛같은 경우 전체 6위, 토종 2위에 올라있을 만큼 주무기 중 하나로 올라서고 있다. 얼리 엔트리를 통해 프로에 들어온 케이스인지라 드래프트 동기들보다 평균적으로 1살이 어린 부분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전히 젊은 나이, 사이즈 등을 감안 했을 때 삼성의 향후 행보는 이원석에게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은 물론 타팀 팬들 사이에서도 이원석에 대해 ‘아쉽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쏟아져나오는 분위기다. 다서 더딘 성장세도 그렇지만 가장 큰 것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강력한 동기생들과의 현격한 격차다. 당초 이원석은 드래프트를 앞두고 ‘높아야 3순위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학 최고의 빅맨 '베이비 헐크' 하윤기(24‧204cm)와 역시 대학 최고의 가드 ‘군산의 아들’ 이정현(24‧187cm)중 한 명이 1순위가 될 것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학 시절 보여준 결과나 커리어를 봤을 때 너무 당연해 보였다. 그러던 중 드래프트를 앞두고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다. 각종 언론에서 이원석을 1순위 후보로 앞다투어 보도한 것이다.
다소 생뚱맞지만 이원석이 1순위 경쟁에 뛰어든 이유다. 결국 삼성은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하윤기, 이정현을 패스하고 이원석을 선택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정현 등을 원하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종 선택은 이원석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덕분에 KT와 오리온은 2, 3순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역대급 1순위감을 지명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당시의 기대치도 그랬지만 지금까지 보여주고 성장하는 모습만 봐도 하윤기, 이정현은 어느 드래프트에 나와도 1순위를 노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역대급 선수로 이름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이를 입증하듯 소속팀 간판선수를 넘어 국가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핵심 플레이어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원석으로서는 졸지에 양선수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황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 이원석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100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8.93득점, 5.02리바운드, 0.65어시스트, 0.64스틸, 0.82블록슛
›2021~22시즌(52경기) 평균 8.62득점, 4.10리바운드, 0.58어시스트, 0.54스틸, 0.75블록슛
›2022~23시즌(39경기) 평균 9.49득점, 6.08리바운드, 0.69어시스트, 0.87스틸, 0.82블록슛
›2023~24시즌(진행중) 평균 8.33득점, 5.78리바운드, 0.89어시스트, 0.22스틸, 1.22블록슛
◆ 하윤기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109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12.01득점, 5.67리바운드, 1.08어시스트, 0.52스틸, 0.61블록슛
›2021~22시즌(50경기) 평균 7.52득점, 4.74리바운드, 0.50어시스트, 0.46스틸, 0.64블록슛
›2022~23시즌(51경기) 평균 15.29득점, 6.35리바운드, 1.59어시스트, 0.57스틸, 0.61블록슛
›2023~24시즌(진행중) 평균 19.13득점, 7.13리바운드, 1.50어시스트, 0.63스틸, 0.50블록슛
◆ 이정현 정규리그 통산기록 ☞ ◆ 이정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113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13.02득점, 2.50리바운드, 3.75어시스트, 1.36스틸, 0.14블록슛
›2021~22시즌(52경기) 평균 9.65득점, 2.25리바운드, 2.67어시스트, 1.02스틸, 0.21블록슛
›2022~23시즌(52경기) 평균 15.02득점, 2.60리바운드, 4.23어시스트, 1.69스틸, 0.06블록슛
›2023~24시즌(진행중) 평균 20.89득점, 3.44리바운드, 7.22어시스트, 1.44스틸, 0.22블록슛
현재 이원석의 상황은 최진수(현 현대모비스)와 한희원(현 KT) 등을 연상시킨다. 지금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최진수와 한희원 역시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3순위 안에 들어간 선수들의 면면이 너무 대단하다. 사우스켄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메릴랜드 대학교를 다니며 미국에서 농구를 하고 있던 포워드 최진수는 엄청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2011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 지명을 받았다.
대형 센터 오세근이 전체 1순위로 지명받은 가운데 함께 중앙대 전성시대를 이끈 가드 김선형과 최진수가 2순위를 다퉜고 SK는 김선형을 지명했다. 현재로서는 국가대표의 기둥으로 활약한 오세근, 김선형에 비해 최진수가 많이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초창기에는 3인 모두 순위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신인 시절 최진수는 3~4번을 오가며 전투적으로 코트를 누볐다. 오세근은 입단 당시부터 괴물로 불릴 만큼 힘과 운동능력까지 엄청났는데 최진수는 맞대결시에도 주눅드는 법 없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 일쑤였다. 당시만 보면 최진수 또한 오세근, 김선형 못지않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희원 또한 장신 포워드로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수비의 문성곤이냐, 공격의 한희원이냐’로 동년배 최고 포워드를 다퉜으며 이를 입증하듯 문성곤이 1순위, 한희원이 2순위 지명을 받았다. 고졸 출신 유망주 송교창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KCC의 선택을 받았다.
적지않은 시간이 흐른 가운데 문성곤은 양희종과 함께 역대 최고의 디펜더를 다툴 만큼 한시대를 대표하는 수비형 포워드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송교창 또한 신장대비 엄청난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앞세워 전주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했으며 상무 전역 후에는 바뀐 연고지 부산에서 뛸 예정이다.
한희원은 프로 데뷔후 그저그런 모습으로 일관하며 잊혀진 이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꾸준하게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나갔고 3번째 팀 KT에서 반등에 성공한다. 지난 시즌까지 그는 신인 시절의 5.29득점이 커리어하이였다. 이후 평균 3~4득점대를 오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확 달라졌다. 비록 초반이기는 하지만 8경기에서 10.50득점, 1.25어시스트, 4.38리바운드, 0.75스틸, 0.50블록슛으로 펄펄 날고 있다. 지난 시즌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에서 부쩍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출장시간을 늘려가더니 올 시즌에는 공격력까지 포텐이 대폭 상승했다. 문성곤, 송교창 등과 대등한 위치를 점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로터리픽에 부끄럽지 않은 재능이 있었음을 뒤늦게 증명하고 있다.
최진수가 오세근, 김선형과 자주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은 그가 3순위에 뽑힌 영향이 크다. 흔히 드래프트에서 나오는 ‘누구 거르고 누구’같은 상황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만약 김선형에 앞서 2순위에 지명되었으면 최진수 개인으로서는 흑역사가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한희원 또한 당시 분위기에서는 문성곤에 이은 2순위가 맞았다. 고졸 선수 신화가 없던 상황에서 송교창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올인해야 하는 유망주였다. 기대 이상으로 더 컸을 뿐이다.
이원석은 지명 순위만 놓고 보면 최진수, 한희원보다 더하다. 무려 하윤기, 이정현을 제쳐버렸다. 최진수가 오세근, 김선형을 앞서서 1순위로 뽑혔다고 보면 확 와닿을 것이다. 물론 이원석 픽은 아직 실패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이제 3년차일 뿐인지라 당초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잠재력이 모두 폭발한다면 둘 이상가는 선수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삼성 팬들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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