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독성세균 꼼짝마’

이정호 기자 2023. 11. 1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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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미 연구진, 유산균으로 폐렴 등 유발 녹농균 녹이는 기술 개발
일반적인 녹농균(왼쪽 사진)과 ‘바이오필름’이 뚫리면서 전반적인 형태가 망가진 녹농균. 스위스 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 제공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녹농균을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물질이 개발됐다. 녹농균은 소독제를 방어하는 일종의 보호막을 분비하는데, 이를 녹여버리는 기술이다.

스위스 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최근 소독제의 살균력을 버텨내는 독한 세균인 녹농균을 ‘유산균’으로 파괴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비스 앤드 인펙션’ 최신호에 실렸다.

녹농균은 땅이나 물에 사는 병원성 세균이다. 폐렴이나 복강 내 감염, 연부 조직 감염 등을 일으킨다. 요도염이나 전립선염도 유발한다. 사실상 신체 조직 전부를 감염시킬 수 있다. 통증과 오한, 발열이 생기고 심하면 패혈증까지 발생시킨다.

문제는 녹농균은 소독제로 쉽게 박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의 표면에 ‘바이오 필름’이라는, 점액 형태의 방어막을 친다. 소독제는 물론 항생제에도 저항한다.

연구진은 바이오 필름을 파괴하는 세균을 묻힌 상처보호용 붕대를 개발했다. 붕대 안쪽에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선별한 유산균 3종을 발랐다.

유산균은 녹농균이 만든 바이오 필름과 접촉하자 젖산을 생산했다. 젖산은 바이오 필름을 파괴했고, 결과적으로 녹농균이 소독제에 무방비 노출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녹농균 수를 99.999% 감소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녹농균이 가진 바이오 필름이라는 ‘방패’를 뚫기 위해 더 강한 ‘창’, 즉 강력한 소독제를 고안하는 대신 방패를 불태우는 전략을 세워 실천한 셈이다.

Empa는 공식자료를 통해 “이번에 사용된 유산균은 요구르트나 치즈 같은 음식에도 들어있다”며 “새 기술이 인간의 피부 세포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도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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