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받은 가자지구 병원 결국 폐쇄…“심장병동 파괴, 미숙아 등 5명 숨져”

전력공급 중단·인프라 파괴로 운영 여건 악화
“의료시설내 전쟁행위” 규탄에 이스라엘군 “대피로 보장”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을 7일(현지시간) 촬영한 모습.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분쟁 한 달간 가자지구 내 의료 시설이 102차례 공격받았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이 이스라엘군(IDF)의 계속된 공습으로 환자 5명이 숨지고 시설을 폐쇄했다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날 알시파 병원이 폐쇄돼 어떤 의료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은 1946년부터 운영된 가자지구의 최대 병원이자 의료복합단지로 병상 개수는 700여개에 달한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과 지상 공격에 전력이 끊기는 등의 지장이 있었음에도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병원 중 하나였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을 비롯한 가자지구 주요 병원에 하마스의 군사시설이 숨겨져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알시파 병원은 주변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전력 부족을 버티기 힘든 상황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료 기기에 의지하던 환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병원 의료진은 호소하고 있다.

전날 민간 단체인 이스라엘인권의사회(PHRI)는 알시파 병원에서 신생아 중환자실 운영이 중단되면서 미숙아 2명이 숨졌다고 알렸다. 이들을 포함해 알시파 병원 환자 5명이 전력 공급 중단으로 의료 처치를 받지 못한 채 숨졌다고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AFP 통신은 하마스 측 가자 보건부의 유세프 아부 리시 부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공습으로 알시파 병원의 심장 병동을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도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공습이 맞다고 전했지만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확인되지는 않았다.

국제기구는 가장 취약한 민간인 환자가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규탄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의료시설에서의 전쟁 행위로 사람을 전기·물·음식도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탈출하려는 환자와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것은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성명을 통해 알시파 병원과의 연락이 이날 두절된 사실을 전하며 “의료진과 생명 유지 장치를 사용 중인 신생아를 포함해 수많은 환자와 부상자, 병원 안 피란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알시파 병원 측에 안전한 대피로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IDF 아랍어 대변인인 아비하이 아드라이 중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시간에 걸쳐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로 향하는 살라아딘 도로를 개방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자발리아 마을과 이즈밧 말리엔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중단해 팔레스타인인이 남쪽으로 이동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