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문제는 양당 카르텔 구조다
메가 서울 등 포퓰러리즘적 정치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선거가 죄다. 지난 국정을 평가하고 더 바람직한 대표를 뽑는 민주주의의 꽃이 감정적 선동과 갈라치기가 난무하는 야바위판이 되고 있다. 물론 선거의 주인은 주권을 가진 유권자다. 최종적 책임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있다. 하지만 현명한 유권자라는 이상적 전제를 걷어낸다면, 두 번째 책임은 제도에 있다. 판의 규칙이 올바로 서야 야바위꾼들이 몰리는 걸 막을 수 있다.
진보 진영조차 위성정당 논란에 휩싸였다. 양대 정당도 비례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위성정당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의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지역구 다수대표를 공천한 정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의무화하거나 위성정당 식별이 가능하도록 정당 투표 용지에 표시하도록 하자거나 위성정당 합당 시 국고보조금을 삭감하자는 제안들이 나왔다. 과연 이 제안들이 위성정당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까.
대의 민주주의는 정당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다. 이념과 정책의 차이뿐 아니라 여러 다른 이유로도 독립적인 정당을 창당할 수 있어야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고 정당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해관계와 이슈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정당의 존재는 필연적이다. 소수 이슈를 대표하는 정당도 의회에 진출해 다원적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소수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비례대표제라는 제도적 틀과 선거연합이라는 전략적 행위다.
다원적 정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양대 정당의 카르텔 구조다. 위성정당은 양대 정당에 왜곡된 방식으로 의석을 확대해 카르텔 구조를 강화한다. 위성정당은 근본적으로 다수대표제를 근간으로 하고 비례대표제로 연동해 보완하는 혼합 선거제도에서 발생한다. 연동의 목표를 우회해 다수대표 선거구와 비례대표 선거구에서 모두 최대 의석을 획득하려는 계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연동형 혼합 제도에서 위성정당을 방지하려면 비례대표제로 다수대표제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대표제로 비례대표제를 보완하고 득표율 내에서 의석이 배분되어야 한다. 연동제의 모범적 사례가 독일 선거제도이며, 우리 현행 선거법도 이 제도를 참조했다. 그러나 독일 선거제도는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고 다수대표제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혼합 제도가 아니라 ‘인물화 비례대표제’라 부른다. 물론 독일에서도 이론상 위성정당이 가능했다. 초과 의석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를 기본으로 하지만 다수대표 선거구에서 1위를 한 후보는 득표율과 무관하게 당선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올해 3월 개정된 선거법에서는 위성정당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더 이상 초과 의석을 허용하지 않고 득표율 내에서 의석을 배분하므로 다수대표 선거구에서 1위를 했더라도 정당 득표율을 초과하는 순위의 후보는 낙선으로 처리된다.
이처럼 비례대표 득표율을 기준으로 의석을 배분하면, 비례대표 명부를 제출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봉쇄조항 득표율을 얻지 못한 정당은 의석을 얻지 못한다. 다수대표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비례대표 명부만 제출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소수 정당은 승산 없는 다수대표 후보를 내기보다 비례대표 선거에만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만일 이러한 정당들을 비례정당이나 위성정당으로 간주해 금지한다면, 그것도 소수 정당 차별에 해당해 카르텔 정당체제를 강화한다.
다수대표 후보를 공천한 정당에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의무화하는 것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다수대표 선거에 독자적으로 임하고 선거연합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는 것까지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상 단일 정당이 아니면 비례 명부 제출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이것도 개선돼야 할 문제다. 선거연합도 결사의 자유와 다원주의의 맥락에서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 다수대표 후보든 비례대표 후보든 선거연합 이름으로 공천할 수 있어야 하며, 더 나아가 정당이 아니어도 선거연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당 투표 용지에 식별 가능한 표시를 하는 것은 선거연합의 명부도 표시할 수 있어야 유용하다.
국고보조금 삭감 주장은 이른바 비례대표를 ‘골목상권’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총의석의 15.7%에 불과한 47석의 ‘골목상권’에 제3당들을 묶어 두어 양당 구도를 유지하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위성정당의 근본적인 문제는 양당 카르텔 구조에 있음을 망각하거나 애써 무시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양당 카르텔 구조를 깰 수 있는 근본적 개혁을 논의해야 할 때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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