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너를 위해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해 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 걸 알아/ 나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 테지만/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 거야.”
임재범의 대표곡 중 하나인 ‘너를 위해’는 노래 좀 하는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자주 열창했던 노래다. 묵직한 중저음과 다소 시니컬한 노랫말이 어우러져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임재범의 4집 앨범(2000년)에 수록된 노래로 같은 해 김하늘과 유지태 주연의 멜로영화 <동감>에 삽입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임재범이 MBC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2011년)에서 불러 1위를 차지하면서 역주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노래를 먼저 부른 가수는 따로 있었다. 1997년 그룹 소호대의 멤버였던 에스더(본명 한에스더)가 솔로로 데뷔하면서 ‘송애(送愛)’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멜로디는 같지만, 노랫말은 달랐다. “이 시간이 흐르면 괜찮을 거라 애써 위로하던 너의 모습/ 자신보다 날 감싸며 떠나던 너를 이젠 지워야만 하나”라는 가사가 말해주듯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짧은 활동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실패했다.
이 노래를 쓴 작곡가 신재홍은 임재범의 앨범 수록곡을 준비하다가 작사가 채정은에게 노랫말을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전쟁 같은 사랑’이나 ‘난 위험하니까’ 등의 표현이 거칠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다소 ‘나쁜 남자’ 이미지를 갖고 있던 임재범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면서 히트곡 반열에 올랐다.
최근 방영 중인 JTBC 예능 프로그램인 <싱어게인 3>의 심사위원으로 나온 임재범은 지난 시절에 비해 차분하고 조용해졌다. 그래도 가끔은 ‘전쟁 같은 사랑’이 그립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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