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입이 커서 ‘아귀’, 진짜 맛있어서 ‘참치’
귀밑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다. 이렇게 쌀쌀해진 날이면 문득 뜨뜻한 국물의 음식이 떠오른다. 대구탕도 그중 하나다. 겨울이 제철인 대구는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식성에 잘 맞는다. 대구(大口)라는 이름은 한자 그대로 “입이 큰 생선”을 의미한다.
겨울이 제철이면서 입이 큰 생선으로는 ‘아구’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열에 아홉은 ‘아구’라고 부르는 이 생선의 바른 이름은 ‘아귀’다. 아귀의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아귀(餓鬼)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것도 그중 하나다. 살아 있을 때 탐욕이 많던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된 아귀는 굶주림의 형벌을 받아 생김새가 흉측하고, 특히 입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 옛 문헌에 생선 이름으로 ‘餓鬼’는 안 보인다. 대신 아귀를 뜻하는 한자어로 ‘안강(鮟鱇)’이 <표준국어대사전> 등에 올라 있다. ‘鮟’과 ‘鱇’ 모두 아귀를 뜻한다. 더욱이 언중 대부분은 ‘아귀’라 부르지 않고 ‘아구’라 한다. 따라서 귀신 ‘餓鬼’ 때문에 생선에 같은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원래 ‘악+위’로 쓰던 말이 변한 것이라는 설이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여기서 ‘악’은 문·턱·입 등의 뜻을 지닌 고유어다. ‘악위’ 역시 이 생선의 특징인 ‘큰 입’ 때문에 생긴 이름으로, 이런 악위가 변한 아귀는 “엄지손가락과 다른 네 손가락과의 사이”를 뜻하는 ‘손아귀’에도 들어 있다. 손아귀도 손의 입처럼 쩍 벌어진다. 게다가 손아귀를 ‘손아구’로 쓰는 사람도 많다.
餓鬼든 악위든 두 가지 설 모두 이 생선의 큰 입 때문에 ‘아귀’라는 이름이 생겼음을 이야기한다. 모든 이름이 그러하듯이 생선의 이름에는 그 생선의 특징이 담겨 있다. ‘참치’도 그러하다. 이 생선의 공식 명칭은 다랑어다. 하지만 1950년대 우리나라에 보급되면서 “진짜 맛있는 생선”이란 의미에서 ‘진치’로 불리다가 한자 ‘진(眞)’이 순우리말 ‘참’으로 바뀐 것이 참치다. 한자어 ‘진과(眞瓜)’가 순우리말 ‘참외’가 된 것과 같은 변화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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