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스, 내게 오면 좋겠다”는 공룡들 27세 3루수…남다른 맷집, 겁 없는 타격 ‘포스트 박석민’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찬스가 나한테 오면 좋겠다.”
NC 다이노스의 올 시즌 최대 수확은 젊은 동력의 확보다. 포수 김형준이야 시즌 막판에 발견했고, 김주원과 서호철은 풀타임으로 뛰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올 시즌을 끝으로 박석민이 은퇴하면서, 미래의 3루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박석민이 시즌 초반부터 부상 등 불운에 시달렸지만, 서호철(27)이 잠재력을 완전히 터트리는 계기가 됐던 건 사실이다. 서호철은 박석민이 건강하게 시즌을 잘 보냈다면 백업으로 올 시즌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박석민의 이탈을 틈타 주전 3루수로 안착했다.
올 시즌 114경기서 397타수 114안타 타율 0.287 5홈런 41타점 50득점 4도루 OPS 0.714 득점권타율 0.294. 작년 89경기서 타율 0.209 2홈런 14타점과 180도 달랐다. 퓨처스리그 타격왕에 오를 정도로 재능은 있었지만, 검증이 안 된 자원. 그러나 올해 주전 3루수로 우뚝 섰다.
서호철의 성공은 자신만의 타격 테마가 확실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두 차례나 헤드샷을 맞았다. 그럼에도 서호철의 타격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코뼈에 금이 갔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배터박스에서 홈플레이트 쪽으로 최대한 붙어서 타격했다. 투수에게 몸쪽 코스의 투구를 부담스럽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바깥쪽 위주의 투구를 하면, 서호철은 바깥쪽을 더욱 힘 있게 타격할 수 있었다. 몸쪽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스트라이크 존 절반의 우위를 점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말은 쉬운데, 타자가 실제로 이렇게 대처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는 강인권 감독 설명도 있었다. 원초적으로 사람은 날아오는 야구공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투수가 몸쪽으로 붙여 스트라이크를 잡는다면, 서호철은 사실상 받아들일 각오를 했다. 그러나 실제로 KBO리그에 이런 투수는 거의 없다.
와일드카드결정전서 4타수 3안타 1홈런 6타점, 준플레이오프서 10타수 4안타 3타점, 플레이오프서 18타수 1안타 1타점. 포스트시즌 막판 체력이 떨어져 타격이 부진했지만, 누가 서호철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모든 게 처음인 27세의 3루수가 잘 싸운 한 해였다.
서호철은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둔 당시 “질 것 같지 않다. 너무 이기고 싶다. 긴장도 되지만, 또 다른 좋은 경험이다. 찬스가 내게 오면 좋겠다. 두려워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실책도 경기의 일부분이고, 우리의 모습을 찾는 게 중요하다. 몸에 맞고라도 나가야 한다”라고 했다.
서호철의 마인드가 이렇다. 누가 가르쳐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NC는 박석민의 은퇴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다음 5~6년 이상을 책임질 3루수를 발견했다. 박석민과 타격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교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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