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알시파 병원 폭격… 반인도적 ‘전쟁 범죄’ 논란

유태영 2023. 11. 1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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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급 중단… 결국 병원 폐쇄
이슬람권 국가들 특별 정상회의
국제형사재판소 조사 요구 성명
무함마드 “범죄책임 점령국가에”
우방국 프랑스도 휴전 촉구 압박
네타냐후 “가자지구 통제권” 언급
美 “발언취지 명확히 해달라” 요구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 주변에서 격렬한 공세를 이어가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신생아와 중환자도 목숨을 잃었다.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에 이슬람권은 물론 우방국인 프랑스도 휴전을 촉구하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히려 “총력(full force)을 다해” 전투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우리 군은 (알시파)병원 인근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면서도 병원이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아 1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는 하마스 주장은 “거짓 정보”라고 반박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 외관. AFP연합뉴스
모셰 테트로 이스라엘군 대령은 로이터통신에 알시파를 포위하거나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면서 병원을 떠나려는 이들에게 대피 통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지난달 말 이스라엘군이 자체 첩보를 근거로 지하에 하마스 지휘본부가 있다고 지목한 곳이다.

모하메드 아부 셀미아 알시파병원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 통화에서 “의료기기가 작동을 멈춰 중환자들이 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미숙아 2명 등 환자 5명이 전력 공급 중단으로 의료 처치를 받지 못해 숨졌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에서 빠져나가려던 사람들이 총에 맞고 있다고 보고했다. 병원 안뜰에 널린 시신들 사이로 부상자들도 많으나, 이스라엘군이 병원 안팎으로 총격을 가해 의료진이 접근하기조차 어렵다고 병원 직원들은 전했다.

수용 가능한 병상 개수(700개)를 훌쩍 넘는 2500여명의 부상자를 치료하면서 갈 곳 없는 피란민 5만명까지 수용하던 이 병원은 12일 결국 폐쇄됐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이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11일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아랍연맹(AL) 특별 합동 정상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저지른 반인도적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와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이날 회의 참석을 위해 이란 대통령이 10여년 만에 사우디를 방문하는 등 이슬람권이 그간 앙금을 털고 반이스라엘 기치로 뭉치는 모습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저질러진 범죄 책임은 점령 당국에 있다”고 이스라엘에 날을 세웠다.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스라엘 제재, 팔레스타인 무기 지원 등을 촉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이스라엘이 “서방의 ‘버릇없는 아이’(spoiled child)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英 런던 시민 30만명 ‘팔’ 지지 시위 영국 런던에서 11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등의 팻말을 들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복스홀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인 경찰 추산 30만명, 주최측 추산 80만명이 이날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가해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공격을 규탄하고 휴전을 촉구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서방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민간인 아기·여성·노인들이 폭격당해 죽고 있다. 그럴 이유도 정당성도 없다”며 이스라엘에 작전 중단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너무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죽고 고통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텔아비브에서는 인질 가족을 중심으로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시위가 열려 “지상군 공격은 인질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이 분출하는 등 이스라엘 내부 여론도 심상치 않다.

네타냐후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이 전쟁은 총력을 다해 전개되고 있으며, 휴전은 인질이 모두 석방돼야만 가능하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우리는 그곳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도 밝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산하의 통일된 서안·가자지구 통치를 언급한 블링컨 장관의 구상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에 미국은 “발언 취지를 명확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12일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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