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알시파 병원 폭격… 반인도적 ‘전쟁 범죄’ 논란
이슬람권 국가들 특별 정상회의
국제형사재판소 조사 요구 성명
무함마드 “범죄책임 점령국가에”
우방국 프랑스도 휴전 촉구 압박
네타냐후 “가자지구 통제권” 언급
美 “발언취지 명확히 해달라” 요구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 주변에서 격렬한 공세를 이어가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신생아와 중환자도 목숨을 잃었다.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에 이슬람권은 물론 우방국인 프랑스도 휴전을 촉구하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히려 “총력(full force)을 다해” 전투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모하메드 아부 셀미아 알시파병원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 통화에서 “의료기기가 작동을 멈춰 중환자들이 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미숙아 2명 등 환자 5명이 전력 공급 중단으로 의료 처치를 받지 못해 숨졌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에서 빠져나가려던 사람들이 총에 맞고 있다고 보고했다. 병원 안뜰에 널린 시신들 사이로 부상자들도 많으나, 이스라엘군이 병원 안팎으로 총격을 가해 의료진이 접근하기조차 어렵다고 병원 직원들은 전했다.
수용 가능한 병상 개수(700개)를 훌쩍 넘는 2500여명의 부상자를 치료하면서 갈 곳 없는 피란민 5만명까지 수용하던 이 병원은 12일 결국 폐쇄됐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이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11일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아랍연맹(AL) 특별 합동 정상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저지른 반인도적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와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이날 회의 참석을 위해 이란 대통령이 10여년 만에 사우디를 방문하는 등 이슬람권이 그간 앙금을 털고 반이스라엘 기치로 뭉치는 모습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英 런던 시민 30만명 ‘팔’ 지지 시위 영국 런던에서 11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등의 팻말을 들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복스홀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인 경찰 추산 30만명, 주최측 추산 80만명이 이날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가해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공격을 규탄하고 휴전을 촉구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
이날 텔아비브에서는 인질 가족을 중심으로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시위가 열려 “지상군 공격은 인질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이 분출하는 등 이스라엘 내부 여론도 심상치 않다.
네타냐후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이 전쟁은 총력을 다해 전개되고 있으며, 휴전은 인질이 모두 석방돼야만 가능하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우리는 그곳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도 밝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산하의 통일된 서안·가자지구 통치를 언급한 블링컨 장관의 구상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에 미국은 “발언 취지를 명확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12일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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