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뒷전 밀려난 민생법안, 국회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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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에 휘말려 여러 민생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한 채 국회에 묶여 있다.
여야의 충돌로 법안 논의가 아예 중단된 것도 있고, 세부 내용에 이견이 있어 파행을 겪는 법안도 있다.
정부와 경제계가 최우선으로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킬러규제' 혁파 법안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는 30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도 민생법안들이 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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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민생 강조 말고 임무 다해야
정쟁에 휘말려 여러 민생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한 채 국회에 묶여 있다. 여야의 충돌로 법안 논의가 아예 중단된 것도 있고, 세부 내용에 이견이 있어 파행을 겪는 법안도 있다. 그러면서도 다수 의석을 쥔 야당은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논란이 많은 법안들은 득달같이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육성·지원하는 '미래 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 촉진 등 특별법'은 지난 8월 소관 상임위에서 통과됐지만 법사위에 발이 묶였다. 중소기업 기술의 도용을 막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세부 내용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드론, 로봇을 택배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물류 서비스산업 발전법' 개정안도 그런 법안이다.
이견이 없는데도 논의 자체가 없거나 본회의 상정이 미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태원 참사대책과 관련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그 예다. 지난 9일 본회의에서는 민생법안 18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불발됐다. 파행의 원인 중 하나가 '광주과학기술원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주광역시에 영재학교를 신설하는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른 법안들의 심사를 거부하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상습체불 사업주'의 요건을 넓힌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재까지 논의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노란봉투법' 등 쟁점법안에 밀려 환노위가 사실상 멈췄기 때문이다. 채용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도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와 경제계가 최우선으로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킬러규제' 혁파 법안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7개 법안의 입법과 개정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외면당하고 있다. 화학물질 등록기준을 0.1t에서 1t으로 완화하는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등은 발의 이후 한 번도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이 법안들도 대체로 여야 간에 이견이 없다.
민주당은 여당의 필리버스터 철회로 무산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탄핵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다. 대치가 가까운 시일 안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말로는 민생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정치적 공세를 멈출 의사가 조금도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는 30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도 민생법안들이 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곧 시작되는 예산안 세부심의에서도 여야의 격렬한 충돌은 명약관화하다. 타협이라고는 모르고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 역대 최악 국회의 오명을 기어코 뒤집어쓰려는가.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특히 야당은 겉으론 국민과 민생을 앞세우면서도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정 지역이나 지지자, 노조만 생각하지 나라 경제와 미래는 관심사에서 제쳐놓고 있다. 국민 전체의 민생은 도리어 그들의 볼모가 되고 있다.
논란이 많고 견해차가 큰 법안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이견이 없는 법안들은 시간을 쪼개서라도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국회의원을 국민이 뽑아주고,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드는 대의기관이라면 국민의 요구를 무시할 권리가 없다. 국회는 지금 직무유기죄를 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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