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짜 적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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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는 양날의 검과 같다.
외환위기 당시 범국민적 움직임인 '금모으기 운동'처럼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반면 '남들 다 하는데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이 사회 혼란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보험사기가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나 방화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남들도 다 하니까'라며 분위기에 휩쓸려 저지를 수 있는 행위라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결국 보험사기 행위가 군중심리의 영향을 받아 확산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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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는 양날의 검과 같다. 외환위기 당시 범국민적 움직임인 '금모으기 운동'처럼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반면 '남들 다 하는데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이 사회 혼란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977년 미국 뉴욕에서 대정전 사태가 발생한 이후 25시간 동안 1616곳의 상점이 약탈당했고, 방화로 인해 1037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경찰에 체포된 인원의 상당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공권력이 마비된 가운데 주위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자 군중심리에 사로잡혀 범죄에 가담했던 것이다.
보험사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1조818억원으로 숫자는 커 보이지만, 군중심리의 결정체다. 우리는 보험사기가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나 방화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남들도 다 하니까'라며 분위기에 휩쓸려 저지를 수 있는 행위라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그러나 피부미용 시술 후 도수치료를 시행한 것처럼 허위로 영수증을 발급하는,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이는 행위가 하나둘 모여 보험료 인상을 야기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보험사기 행각에는 설계사들까지 가담하고 있다. 지난 7일 라이나생명에 따르면 한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가 대전 치과병원의 상담실장과 공모해 환자들의 치과 기록을 조작하고 보험금을 청구한 조직형 보험사기로 구속됐다. 치아보험 영역에서 설계사가 구속된 첫 보험사기 사건으로, 소비자를 지킬 의무가 있는 설계사가 오히려 청약서상 고지해야 할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게 한 뒤 보험에 가입시켰다는 점에서 공분을 샀다.
다만 개개인의 사악함에 초점을 맞춰서는 보험사기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고자(告子)가 주장한 성무선악설에 따르면, 후천적인 환경이 인간의 성정을 좌우한다. 결국 보험사기 행위가 군중심리의 영향을 받아 확산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보험연구원에 의하면 지난 2020년과 2021년 보험사기죄의 경우 기소 시 정식 재판 없이 벌금형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50% 이상이었다. 공권력 마비가 뉴욕 대정전 사태 속에서 범죄를 확산시켰듯 가벼운 처벌이 보험사기 모방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남들도 다 하는 관행적인 보험사기가 보험계약자 집단 전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공감대를 확산하면서 솜방망이 처벌부터 바로잡는 것이 보험사기 근절의 첫걸음일 것이다.
김예지 금융부 yesji@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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