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고물가 진범, 기업도 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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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역할이 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대체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 이윤을 얻는 것"이라는 맥락에서 대답할 것 같다.
일부러 오래전 통계 하나를 인용하자면, 지난 2006년 미국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세계 116개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고위급 임원 42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84%가 "이윤과 공익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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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역할이 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대체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 이윤을 얻는 것"이라는 맥락에서 대답할 것 같다. 상식적인 얘기다. 상업의 본질이 이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익숙한 '시장경제'인데, 사실 이런 인식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부러 오래전 통계 하나를 인용하자면, 지난 2006년 미국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세계 116개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고위급 임원 42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84%가 "이윤과 공익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쉽게 말해 오직 이윤추구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동의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고물가와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지난 2021년에 이사벨라 웨버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 경제학 교수가 영국 매체 '가디언'에 게재한 기고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사벨라 교수는 '전략적 가격통제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대단히 민감한 의견을 제시했다. 도입부 일부를 요약하면 '지금 시장지배력을 가진 대기업들은, 공급문제를 가격을 인상하고 횡재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이용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2차대전) 후처럼 전략적 가격통제에 대한 진지한 대화이다' 정도로 요약된다.(가디언 홈페이지에서 지금도 읽을 수 있다)
가격통제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주류 학계에서 나오던 얘기다. 지금 현실은 좀 다르다. 유럽에서는 이미 생필품과 에너지에 대한 가격통제를 시작했고, 기업에 대한 횡재세도 도입했다. 물가상승의 원인에서 기업의 극단적 이익추구가 무관치 않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정부는 물가를 아예 품목별로 잡겠다고 매일 현장조사를 하며 가격인하 압박을 하고 있다. 금융권에 대한 횡재세 도입 주장도 나온다. 당연히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과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쏟아진다.
문제는 지금 경제학적 관점에서 정부의 가격통제 효과를 따지거나 자유시장 체제에 대한 당위성 같은 걸 놓고 싸우고 있을 때냐는 거다. 근원물가니 하는 어려운 얘기는 접어두고, 당장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파는 1.2㎏짜리 바나나 가격만 놓고 봐도 같은 제품 가격이 거의 2000원 넘게 올랐다.
이사벨라 교수는 기고의 마지막 문단에서 "기다림이나 긴축 같은 방법밖에 없는 척하지 말고, 정책 대응의 도구로서 전략적 가격통제를 체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물가의 주범이 누군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몇 년 뒤에도 범인은 잡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이 장기적인 효과가 없는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이해한다. 그런데 당장에 발이 얼어터져 나가면 오줌을 눠서 시간을 늦추는 임시방편이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때다.
안승현 경제부장 ahnm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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