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새로 지을 때 아냐…기존공장 최대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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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포드의 튀르키예 합작공장 프로젝트 철회는 예견된 일이었다.
2026년까지 5년간 전기자동차에 500억달러(약 66조원)를 투자하겠다던 포드는 올 들어 시장 성장세 둔화가 뚜렷해지자 120억달러 투자 계획을 연기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포드는 SK온과 미국 켄터키주에 짓기로 한 2공장 가동을 늦추기로 한 데 이어 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의 튀르키예 합작공장 신설 계획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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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GM 등 속도조절에
가동률 떨어진 공장서 대체 생산
"수조원 단위 비용·시간 아껴"
도요타와도 합작 대신 장기공급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포드의 튀르키예 합작공장 프로젝트 철회는 예견된 일이었다. 2026년까지 5년간 전기자동차에 500억달러(약 66조원)를 투자하겠다던 포드는 올 들어 시장 성장세 둔화가 뚜렷해지자 120억달러 투자 계획을 연기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올해만 전기차 부문에서 45억달러(약 6조원) 적자가 예상된다는 고백과 함께다.
존 롤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는 모두가 예상한 것보다 느린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전기차 구매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도 가솔린·하이브리드차에 비해 전기차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포드는 SK온과 미국 켄터키주에 짓기로 한 2공장 가동을 늦추기로 한 데 이어 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의 튀르키예 합작공장 신설 계획을 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튀르키예 공장 신설은 추진 초기에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배터리업체들이 일단 투자를 강행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국면이 무리한 설비 투자를 정리하고 기술 개발, 수율 제고 등에 집중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증가율 ‘정체’
전기차 수요 둔화는 유럽에서 특히 뚜렷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에 따르면 지난 9월 유럽 순수전기차(BEV)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혜택이 종료된 독일에선 29% 감소했다. 2021년만 해도 2~4배씩 판매량이 급증한 것에 비하면 둔화세가 급격하다. 폭스바겐은 “올해 3분기 유럽 전기차 주문 규모는 15만 대로 전년 동기보다 50% 줄었다”며 전기차 감산, 전기차 신공장 건설 계획 철회 등을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견조한 미국에서도 고금리에 따른 구매력 감소, 자동차 대출 연체율 급등 등이 부각되면서 시장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9월 미국 오토론 대출 연체율은 6.1%까지 올라 30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뉴욕타임스는 “자동차 할부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의 구매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충전시설을 찾기 어려운 점도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포드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도 최근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줄줄이 전기차 투자 연기를 발표했다.
LG엔솔 “경제적 실리 챙길 것”
전방 산업인 전기차의 수요 둔화는 배터리 업황에 직격탄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유럽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재고가 증가하면서 당분간 한국 배터리 셀·소재 업체의 유럽 수요는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 전기차 감산에 맞춰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낮추기로 한 데 이어 이번 튀르키예 합작 투자 프로젝트도 포기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지어놓은 공장에서도 유휴 설비가 늘어나는 판국에 무리하게 새 공장을 건설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생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북미 지역과 달리 튀르키예는 생산 공장을 지을 유인이 약하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공장을 활용하면 수조원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합작이 아닌 단독 공장에서 생산하는 만큼 수익의 100%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이득”이라고 했다.
완성차·배터리업체 간 합작이 일반적이던 글로벌 전기차 투자 관행에 변화가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도요타와도 합작공장을 짓는 대신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형성 초기에는 상호 독점적인 생산 시설을 꾸리는 게 유리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 속도 저하, 책임 소재 불분명 등 단점 또한 뚜렷하다”며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수록 합작 형식 투자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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