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황혼육아, 노동 아닌 기쁨 돼야

2023. 11. 1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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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주 아이앤나 사업총괄 대표

GG(그랜드 제너레이션) 세대는 정년 이후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베이비부머 및 X세대를 일컫는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1400만명에 달하는 이들은 2028년 1653만명까지 늘어나 대한민국 전체 3분의 1을 차지하는 초대형 인구계층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들의 노후 생활은 어떻게 될까? 일과 가정에 헌신적이었던 이들은 대부분 다시 손주를 돌보기 위한 비자발적인 황혼육아에 동참하게 된다. 국내 한 매체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부모의 약 50%가 "손주를 위해 황혼육아에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육아에 동참하고 있는 조부모는 이미 주 3일 이상, 하루 7시간가량 손주를 돌보며, 절반 이상은 무보수로 자신의 노후를 육아에 할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희생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없을까?

2003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46~71세의 은퇴한 간호사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4년간 심장질환의 위험도를 전향적으로 조사하였는데, 일주일에 9시간 이상의 육아를 담당했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55% 이상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자들은 이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연관성을 밝히지는 못했으나, 육아와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심장질환의 발생이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 하였다. 그로인한 의료비용의 증가, 노후 계획의 차질은 고스란히 사회적 문제로 연결될 것이다. 조부모의 노동을 그들의 희생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으로 접근해야 하는 대목이다.

2019년 기준 노년층의 가사 노동 가치는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2022년 위치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광고 산업 시장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는 IT 영역 시장규모와 비교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사회적 가치 창출의 영역이다. 이를 인식하고 있는 듯 정부에서는 2023년 8월부터 '조부모 돌봄수당'을 지급하며, 매월 30만원 정도의 지원비를 제공하는 등 경제적인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 조건, 개월 수 조건 등 제한적 지원으로 그치고 있어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독일 연방 및 주정부 가족정책 연구자 하우엔슈타인 이사는 "돌봄 정책 마련을 위한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면, 부모와 어린이집 이외에 조부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종종 간과한다"며 "현재의 정책들은 보육시설 및 서비스 확대 또는 부모를 위한 수당 편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조부모의 돌봄 환경을 인지한 조부모를 위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혼육아로 인한 문제를 유럽에선 조부모를 위한 실질적 혜택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직장생활 대신 손주를 돌봄으로써 연금 기여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기간에는 전화나 영상을 통해 자녀를 돌본 경우까지 인정했다. 독일은 손주의 통학을 보조하는 교통비용을 세금감면 받을 수 있다. 편도 요금이 우리나라 지하철 요금의 3-4배에 달하는 독일에서는 비교적 큰 세금 공제 혜택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나라들이 황혼육아의 가치를 사회적·경제적 실제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황혼육아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재인식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화적 변화, 황혼육아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이러한 시각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한 축을 아이앤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앤나는 산후조리원에 입소한 아기들의 영상을 가족에게 제공하는 '베베캠' 서비스를 통해 온 가족이 함께 아기 탄생의 기쁨을 누리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후조리원 입소 시기부터 생애 주기별로 아기의 사진과 영상을 온 가족과 공유할 수 있는 '아이앨범' 서비스를 통해 조부모와 가족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아이앤나는 육아 문제에서 다소 소외되어 있었던 황혼육아 세대가 가족의 일원이자 조부모로서 자긍심과 보람을 더욱 느낄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가족, 친지를 넘어서 조부모의 육아 참여가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인지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갈 것이다.

황혼육아를 부모의 당연한 희생에서 존중받아야 할 노동으로, 나아가 경제적인 가치창출로 인정하는, 보다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한 시기다. 전 세대가 육아를 노동과 스트레스라고 이야기하는 인구절벽의 시대다. 육아를 '가족'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더 빛나게 하는 기쁜 행위로 만들어가는 것이 좋은 대한민국의 보육 환경을 만들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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