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채소 등 무섭게 오르는 식탁물가… 정부 처방도 안먹힌다[고물가·고금리 시대의 그늘]

이보미 2023. 11. 12. 18: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가을부터 '안정' 기대했지만 10월 3.8%… 석달째 3%대 상승률
기상 악화로 농수산물 수확 줄고 이·팔 전쟁에 국제유가 널뛰어
올 목표치 3.3% 달성 어려울듯

한동안 잡힐 듯하던 물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8%를 기록하며 3개월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앞서 연말에는 물가상승 폭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이후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남은 두달도 물가안정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놓은 올해 물가관리 목표(3.3%)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예상경로 이탈한 물가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다. 지난 7월 2.3%까지 내려왔다가 3개월 연속 오름폭이 커지는 흐름이다.

하지만 물가안정에 총력 대응하고 있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물가가 꿈틀하는 모양새다.

물가가 잡히지 않은 것은 국제유가 탓이 크다. 10월 전년 대비 석유류 값 하락폭이 1.3%에 그쳤다. 하락폭이 컸던 7, 8, 9월에 비해 하락세가 둔화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농수산물은 여름 폭우와 이상저온 등 기상여건 악화로 수확량이 줄면서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12.1% 상승하며 지난해 9월(12.8%)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10월은 수확기로 통상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지만, 올해는 기상이변 등으로 예년보다 가격 하락도 더뎠다. 여기에 주류, 가공식품 물가 등 대부분 품목도 전반적으로 상승 중이다.

정부와 한은은 당초 가을이면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하반기 물가상승 폭이 커지면서 정부가 발표한 올해 물가 목표인 3.3%도 사실상 사수하기 어려워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최근에 전방위적인 수급안정 노력과 더불어 날씨도 조금 정상으로 회복하면서 농산물 가격이 하락세"라며 "11월에는 물가상승세가 3.6% 안팎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오름세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던 한은도 "최근 유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이 지난 8월 전망경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물가전망치(3.5%) 상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향후 물가 흐름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양상과 그에 따른 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킬 정도로 보기 어렵고 일부 곡물가격 상승 등 대외여건 불안이 계속돼 물가상승 압력 원인이 해소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연말까지 3%대 초반 물가상승률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물가목표 2% 2025년에나 가능할 듯

이렇다 보니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가 더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 등 중동 정세불안과 국내외 농산물 값 상승 등으로 물가가 안정을 찾는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2023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전망치를 3.5%에서 3.6%로 올렸다.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도 기존 2.5%에서 2.6%로 0.1%p 올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 등 중동 정세불안으로 내년 국제유가 전망치가 배럴당 75달러에서 85달러로 상향 조정된 영향을 받았다.

한은도 수정 경제전망에서 물가전망치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하반기 국제유가를 배럴달 84달러로 전제한 뒤 내년 물가상승률을 2.4%로 전망했는데 최근 국제유가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 주요기관들은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에 수렴하는 시기는 2025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주요국 디스플레이션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서 "주요 예측 기관들은 물가 목표 2% 도달시점을 한국은 2025년 상반기 중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