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안된다, 노란봉투법 개악 총력저지" 재계 뭉쳤다[거대 야당 '반기업 독주' 후폭풍]
'尹 거부권 행사' 분위기 조성 총력
"이르면 20·21일, 늦어도 28일엔
거부권 행사로 갈등 최소화 해야"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경제계가 마지막 보루인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1000~5000여개 하청업체 노조와 매년 교섭을 하라는 법"이라며 "즉각 대통령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야권과 노동계가 추진해온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쟁을 하루빨리 일단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고려하면 이르면 오는 20~21일, 늦어도 28일(국무회의 개최일)에는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럴 경우 정치권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경제계에 따르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등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조합법 개악을 규탄하고 윤 대통령에게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노란봉투법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포기한 만큼 재계가 앞장서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대국민 설득에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경영계는 오는 15일에는 경총 이동근 상근부회장과 자동차·조선 등 업종별 단체들이 공동으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다. 이 부회장은 "노사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조기에 거부권이 행사돼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의 경우 국회 통과 후 정부 이송(7~8일 소요)으로부터 각각 4일, 12일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은 정부 이송 후 15일 내에 행사돼야 한다. 이에 따르면 대략 11월 30일~12월 1일에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이 잡혀 있어 이르면 20~21일, 늦으면 국무회의가 열리는 28일께 거부권을 행사, 노란봉투법을 국회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의결(재적의원 과반수,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시엔 야권의 의석수 부족으로 가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통해 구성될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조 및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 핵심이다. 특히 사용자 범위 확대는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더라도 임금·근로시간 등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면 모두 사용자라고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청기업 노조가 원청기업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하청업체가 4000개가 넘는다"면서 "이들이 교섭을 요구해 올 경우 극도의 혼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인 B사는 "아파트 건설의 경우 전기, 배관, 골조 등 각 분야에 걸쳐 협력업체 수백개사가 모여서 공사를 진행하는데 이들 노조가 파업할 경우 아파트 건설이 중단돼 공기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업노조원 개개인의 손해배상 산정에 대한 입증 책임도 기업이 부담해야 하다. 현실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폭력행위를 할 경우 누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어 손해배상 책정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해배상 청구요건을 까다롭게 해 파업이 손쉬운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노조의 파업 남용과 남발에 여지를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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