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서울시 김포구`가 쏘아올린 딜레마
"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랬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하고 많은 동네 중에 왜 계란 흰자에 태어나갖고…." 지난해 4월 인기를 끌었던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온 대사 중 일부다.
이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태어난 대사가 아니다. 1983년 발간된 '한국의 발견-경기도' 편은 "달걀의 노른자위는 서울이고, 흰자위는 경기도라고 말하는 이가 많다.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나 실제로 달걀 속 영양분은 노른자위에 거의 몰려 있다"고 적고 있다. 지난 40년간 서울과 경기도 관계는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경기도의 서울 종속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최근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둘러싼 '메가서울' 논쟁이 한창 뜨겁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여야 대립을 넘어 서울시와 다른 광역지자체와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접한 인천시, 경기도가 날카롭게 부딪히고 있다. 통합예정 후보지로 떠오른 김포시와 고양시 등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내부 구성원 갈등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이번 논란을 단지 여당의 총선전략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서울과 경기도의 관계 재정립은 물론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부·울·경 메가시티, 광주·전남 메가시티 건설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지도에서 김포시를 서울시에 붙여 놓으면 모양이 조금 이상하다. 김포시의 모양은 마치 후라이팬의 손잡이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김포시민들은 김동연 경기지사의 선거공약이었던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반발해서 서울 편입을 주장해왔다. 김포시 입장에서는 서울과 인천을 통과해야 닿는 경기남도에 속하기도, 한강을 건너야만 이어지는 경기북도에 속하기도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반영하여 국민의힘에서는 지난달 30일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그동안 정책에 역행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0년간 수도권 집중 완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은 확장되어 왔다. 민주당의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신도시라는 명목으로 서울 접경지역에 수많은 아파트를 건설했다. 베드타운으로서 신도시는 구도심과 이질적 모습의 서울 확장정책일 뿐, 지역균형발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 편입 예상지역으로 꼽히는 김포시에는 2기 신도시가 건설됐고, 고양시와 하남시, 광명시 등에는 3기 신도시 건설이 진행 중이다. 3기 신도시들은 모두 GTX 등을 통해 서울 도심까지 30분 이내 연결을 내걸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접경 지역에는 서울시의 기피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만 하더라도 ▲난지물재생센터(현천동)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현천동) ▲서울시립승화원 (대자동) ▲서울시립벽제묘지(벽제동) 등의 서울시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9월 마포 상암동에 추가하기로 한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도 마포구민보다 인근 고양시 덕은동 주민들 생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시설이다. 서울시는 기피시설을 주변 도시에 몰아세우고, 편익만 추구해서는 안된다. 노른자 뿐만 아니라 흰자 역시 서울시가 감당해야 한다.
서울의 확장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김포시 전체를 서울시로 편입시키는 것은 문제가 많다. 김포시 전체가 서울시로 편입되면 인천시 강화군은 현재 김포와 같은 처지에 놓인다. 인천을 가기 위해서는 '서울시 김포구'를 거쳐야 한다. 또한 김포시 전체의 서울 편입은 바로 옆 인천의 확장성을 방해한다. 인천 역시 김포시 일부 지역과 강화군, 부천시 등을 포함하는 메가시티로 발전해야 한다. 이럴 경우, 야당에서 주장하는 북한과의 접경지역으로서 서울이라는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대한민국은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다시 첨단 서비스국가로 변모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1964년 이후 행정구역개편 논의는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행정구역 개편논의는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 최적의 기회이다. 다만 서울만 메가시티로 발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의 도시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국토의 효율적 운영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울의 행정구역 확대에는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한 꼼꼼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 계획에는 전국의 스무 살 청년들을 빨아들이는 대학들과 서울 헤게모니를 퍼뜨리는 공영 방송사를 지역으로 옮기는 논의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등도 지방자치단체간의 갈등 조정자로서 이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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