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칼럼] 윤 대통령의 초심과 등 돌린 중도층
윤석열 대통령이 고전하고 있다. 취임한 지 1년6개월을 맞았지만 지지율이 30% 중반대다. 그나마 최근 오른 수치다. 대통령제에서 국정 동력 유지에 필요한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요한 정책을 밀어붙일 힘이 없다는 의미다. 임기 초반 끝내야 할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개혁이 겉도는 게 윤 대통령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대변한다.
윤 대통령은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았다. 비단 0.7% 차로 가까스로 승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 담긴 극단적인 진영대결이 화근이다. 각각 35%안팎으로 분석되는 보수와 진보 지지층은 사실상 고정표다. 이들은 상대 진영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자기 진영 후보가 낙선하면 반대편에 견고한 성을 쌓는다. 마음의 문을 닫는다. 차기 대선까지 사실상 심리적 불복상태를 유지한다. 35%가 무조건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48.56%의 득표로 당선됐다. 이를 기권한 국민까지 포함해 전체 유권자로 환산하면 37.09%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 표를 던진 사람이 정확히 37%라는 의미다. 최근 지지율과 거의 일치한다. 그 만큼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거야가 버티고 있다. 헌법 개정 빼곤 뭐든 할 수 있는 다수의석을 앞세워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거야가 반대하면 중요한 법안 하나도 처리할 수 없다. 거야의 입법 폭주에 속수무책이다. 대법원장 후보자를 진영논리로 낙마시키고 장관을 탄핵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반대편에 견고한 성을 쌓은 진보층과 거야를 극복하는 방법은 애당초 한가지였다. 국민의 지지를 앞세운 정면돌파다. 35% 정도가 무조건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민 지지를 끌어올리는 방법은 이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30% 정도의 중도층을 우군화하는 것이다. 중도층의 70% 정도를 끌어와야 50% 중반대의 지지로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실은 정반대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6%고 반대가 55%다(10일 갤럽 조사).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등을 돌린 탓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실망해서다. 이들이 대선서 지지한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정부서 무너진 공정과 상식, 정의를 회복하라는 것이었다. 또 시종 이념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한 반쪽자리 국정운영을 정상화해 국민통합을 이루라는 것이었다. 중도층은 문 정부와는 전혀 다른 국정스타일을 기대했다.
윤 대통령의 1년 반 국정은 이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개각부터 실망스러웠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나이 많은 MB맨(이명박 전 대통령 사람)에다 부적격 인사까지 지명해 국민의 원성을 샀다. 후보 시절 약속했던 30대 장관은 찾아볼 수 없다. 벌써 18명의 장관급 인사가 국회 동의없이 임명됐다. 5년간 34명을 '국회 패싱'한 문재인 정부와 다를 게 없다.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문제로 상징되는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자초했다.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국민을 니편 내편으로 갈라치기 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측근그룹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대표를 수치스럽게 내쳤다. 그는 지금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표 경선에선 유력후보를 노골적으로 공격해 치명상을 입히는 방식으로 결국 원하는 후보를 대표로 앉혔다.
하나 같이 비정상이다. 공정과 상식에 반한다. 국민통합과도 거리가 멀다.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었던 공정과 상식의 가치와 국민통합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니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것이다. 지지율 하락은 필연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지지를 받고 싶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로남불서 벗어나 공정과 정의, 상식의 가치를 복원하는 게 급선무다. 임박한 개각에선 국민에 희망과 감동을 줄 인사를 해야한다. 회전문 인사는 더이상 안된다. 30대 장관 발탁 약속부터 꼭 지키기 바란다. 검찰 스타일에서 벗어나 최고의 정치 리더로서 협치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이렇게 확 바뀐 모습을 보인다면 중도층도 마음을 열 것이다. 부국장 겸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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