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與 혁신위…보폭 못 쫓아가는 주류는 '묵묵부답'(종합)
청년 비례 50%·하위 20% 공천 배제 등 민감한 혁신안 수용 여부 주목
인요한 "우유 그냥 마실래, 매맞고 마실래…변하든지 죽든지 둘 중 하나"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 보름여 만에 당내 통합과 희생 등을 키워드로 각종 혁신안을 쏟아내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결과물은 미미한 상태다.
혁신위가 내놓은 1∼3호 혁신안과 권고 중 당 지도부가 공식으로 받아들인 건 '징계 취소' 1호 혁신안뿐이어서, 당이 혁신위의 보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장 주목도가 컸던 지도부, 중진, 윤석열 대통령 측근에 대한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에는 열흘이 가깝도록 아직 당사자들의 호응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 3일 해당 권고를 발표한 뒤 '대통령을 사랑하면 험지에 나오라',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에게 결단을 내려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등 압박성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침묵'에 대해 "기다려야지"라면서도 "요구를 좀 더 세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12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는 "우유 그냥 마실래, 아니면 매 맞고 우유 마실래. 말 안 듣는 사람에겐 거침없이 하겠다", "분명한 건 변하든지 죽든지, 둘 중 하나다"라며 재차 압박에 나섰다.
다만, 당사자들이 결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인 위원장의 취지를 전혀 공감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직 '타이밍'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직 내년 총선이 약 5개월이나 남았고 공천의 기초 작업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시기라는 점에서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9일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언론 보도를 보니 너무 급발진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니 잘 한번 보자"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지금이 아니더라도 '용단'을 내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친윤 인사들도 주변의 의견을 들으며 고심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예전에도 정기국회가 끝나고 불출마 등 움직임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희생' 결단에는 시간이 더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일정 수준의 인적 쇄신은 불가피할 것이고, 당의 책임 있는 분들이 그래도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혁신위 역시 타이밍을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혁신위가 불출마·수도권 출마 요구를 아직 '구두 권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기류 등을 고려해서라고 한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지도부에 안건으로 정식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치개혁 내용을 담은 2호 혁신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청년을 우대하는 3호 혁신안도 아직 지도부의 공식 의결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45세 미만 청년 비례대표 50% 할당·우세 지역구 청년 배정 등 3호 혁신안은 이르면 오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있으나, 100%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청년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나이만 갖고 우대받거나 차별받는 게 과연 정치 혁신이냐", "민주주의 평등과 자유 원칙에 어긋난다" 등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불체포특권 포기·국회의원 세비 삭감·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2호 혁신안의 경우엔 '개혁 의제'를 선점하면서 다수 야당을 압박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지도부는 의결 없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의원 수 감축과 세비 삭감 등은 입법 사안이고, 불체포특권 포기도 의원총회 등으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당 지도부가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
가장 민감한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의 경우 향후 총선기획단, 공천관리위원회 등에서 실무적 검토를 거쳐 수용 여부와 구체적 방식을 정해야 한다는 게 지도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혁신위 출범 당시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준 만큼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각종 혁신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당내 견해차가 크다면 현실적으로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당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가 보고한 안건들을 지도부는 모두 존중하고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의견 수렴, 입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거나 공천 심사 때 구체화해야 하는 사안들이기에 의결을 아직 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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