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소비자도 가맹점도 '외면'...시원찮은 '다회용기 배달' 사업

황남건 기자 2023. 11. 1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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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음식 포장 어렵고
용기 반납 지연에 불편 가중
市 “인센티브 등 대책 마련”
12일 오전 인천 부평구 부평문화의거리에 있는 한 음식점 주방에 다회용기가 쌓여 있다. 황남건기자

 

“정리하고 반납까지 해야 하는데 혜택도 없으니 누가 다회용기를 쓰겠어요? 주문도 일주일에 1건 들어올까 말까 입니다.”

12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문화의거리에 있는 한 마라탕 음식점.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배달 주문 10건이 잇따라 들어오지만 모두 일회용품 주문이고 다회용기 주문은 1건도 없다. 식당은 다회용기를 미리 꺼내 놓기는커녕 아예 창고 안에 쌓아 놓고 있다. 점주 이용성씨(36)는 “점심부터 저녁까지 일하지만 다회용기 주문이 1건도 없을 때도 있다”고 했다.

인근 다회용기 배달 가맹점인 카레 음식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배달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도 이 음식점은 일회용품에만 밑반찬 등을 미리 담을 뿐 다회용기는 검정색 비닐에 넣어둔 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다. 직원 김수형씨(40)는 “다회용기는 그릇이 얇아 국물을 담으면 엄청 뜨거워 불편하다”며 “주문도 거의 없어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다회용기 배달 사업이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12일 오전 인천 부평구 부평문화의거리에 있는 한 음식점 직원이 창고에 있던 다회용기를 꺼내 선보이고 있다. 황남건기자

시는 지난 8월부터 부평구 지역에서 다회용기 배달 사업을 시범으로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배달 주문 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로 음식을 받을 수 있다. 보조사업자인 ㈜잇그린이 소비자가 집 앞에 내놓은 다회용기를 수거·세척해 가맹점에 다시 돌려준다.

하지만 부평구 전체 배달 음식점 2천186곳 중 다회용기 배달 사업 참여 가맹점은 고작 61곳(2.7%)에 그친다. 게다가 지난달 가맹점 61곳의 다회용기 주문 접수 건수는 모두 993건으로, 지난 9월 998건보다 줄었다.

부평구 주민 김민호씨(24)는 “다회용기를 주문해봤는데 일회용품과 비교해 배달비 지원 등 혜택도 없는 데다 직접 반납까지 해야 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시가 제공하는 다회용기 크기가 제한적이어서 일부 음식을 담기에 적합하지 않거나 소비자가 다회용기를 사용한 뒤 곧바로 반납하지 않아 회수가 늦어지는 등 가맹점주들의 불편도 잇따르고 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배달 문화가 확산함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 역시 늘고 있어 환경을 위해 다회용기 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시가 지역의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다회용기 사용 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를 위해 인천지역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이 배달 주문 시 일회용품보다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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