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수 결손인데 또 부자감세, 대주주 양도세 완화 반대한다
정부가 주식 부자들의 양도소득세를 대폭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10일 “증시 안정을 위해 주식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투자자 요구에 정부도 전향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현행법상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특정 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유가증권시장 1%, 코스닥시장 2%) 이상인 투자자는 대주주로 분류된다. 대주주는 주식 양도차익의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연말이 되면 주식시장에서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다. 지난해의 경우 대주주 확정일(12월28일) 전날에만 1조5000억원어치의 개인 순매도가 발생했다. 정부 방안은 대주주 기준액을 10억원에서 50억원 이상 등으로 높이는 것이다. 표면적 이유는 주식시장 안정이지만, 주가 하락을 막아 개미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만 고치면 되므로 국회 입법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부동산 세금과 법인세 감면 등으로 올해 70조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증세를 해도 부족할 판에 주식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건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상장주식 양도세 현황’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 신고 인원은 전체 투자자의 0.05%에 불과하다.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가 1년간 거둔 주식 양도차익은 1인당 13억원이 넘고, 지난해 주식 관련 양도세는 6조8285억원에 이른다.
정부의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에 반대한다. 주식 양도세 감세는 윤석열 대통령이 걱정하는 물가 잡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부자감세가 아니라 증세 정책을 펼치고, 세원 발굴에 힘써야 할 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탓에 정유사들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가계·기업 대출 증가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고금리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은행들도 엄청난 이자 수익을 올렸다. 외국에서는 기업이 별 노력 없이 외부 요인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경우 ‘횡재세’를 걷는다. 윤 대통령도 “소상공인들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은행권의 초과이익 문제를 비판했다. 정부는 건전 재정과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세수 확장 대책으로 정유사와 은행에 횡재세 부과를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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