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 전쟁 돌입하는 국회, 우선순위는 민생이다
여야가 14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하며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감액·증액 심의에 순차적으로 돌입한다. 나라 살림의 틀과 방향을 정하는 본격적인 ‘예산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야는 국내외 복합위기 상황에 대처할 민생 예산과 국가 경쟁력을 키워갈 미래 예산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법무부·감사원 등에 증액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검찰·국가정보원·경찰 등의 특수활동비를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폭 축소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의 원상 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전액 삭감하려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아동수당·청소년·소상공인 지원 등 서민·약자 예산을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권력기관 예산 삭감을 저지하고, R&D 예산은 일부 증액만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확대하는 걸 검토하고 있지만, 재정건전성만큼은 사수하려고 한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12월2일까지 확정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보고하겠다고 예고했다. 예산안 심의·처리 막판에 돌출 변수로 부상하고,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격화될 공산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예산안 처리는 3년째 법정 시한을 넘기고,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가장 늦었던 지난해(12월24일)보다도 처리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쟁에 묻혀 또다시 예산 처리가 답보하는 흑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정부 예산안은 국정 기조와 정책 방향을 반영한다. 여야의 예산안 우선순위가 다르고, 주요 항목에서 입장차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갈등은 타협과 조정의 정치력으로 풀어야 한다. 여야 모두 예산안 심의에서 민생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것도 분명해졌다. 정부가 예측한 ‘상저하고’ 경기는 물거품됐고, 내년에도 불경기가 이어질 거란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고유가 등 3고로 팍팍한 서민 살림살이가 얼마나 더 고달플지 알 수 없다. 그 희망과 답을 정치가 줘야 한다. 여야는 총선 앞 예산국회에서 서민·취약계층이 온기를 느끼고 삶의 버팀목이 될 민생 예산 확장에 한뜻으로 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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