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과 플럿코가 생각났던 밤, 우승 청부사로 트레이드했는데, 1아웃 강판→선발 탈락→전력 제외 [KS]
[OSEN=한용섭 기자] #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 LG가 KT 상대로 역대급 명승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지만 투수 최원태는 마음껏 웃지 못했다. 8회 극적인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올린 박동원은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어깨동무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광란의 도가니 속에서 무표정한 최원태의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 지난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최원태는 15-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했다.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2차전 초고속 강판된 최원태를 6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3차전에 앞서 최원태를 불펜으로 이동시켜, 필승조를 모두 기용한 다음 뒤에 쓸 생각이라고 했는데, 시리즈가 6차전까지 가면 다시 최원태를 선발로 쓸 계획으로 변경했다.
큰 점수 차에서 부담없이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최원태는 조용호를 볼넷, 송민섭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미 백기를 든 KT 상대로 자신의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이후 내야 땅볼과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주고 경기를 마쳤다.
최원태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 20구 만에 초광속으로 강판됐다. 볼넷-안타-볼넷으로 무사 만루가 됐고, 1사 만루에서 장성우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거기까지였다. 최고 구속은 148km까지 나왔고, 직구(10개), 슬라이더(6개), 체인지업(3개), 커브(1개)를 구사했지만 구위와 제구 모두 낙제점이었다.
LG는 최원태가 1아웃 만에 강판됐지만, 이후 이정용(1⅔이닝), 정우영(1⅓이닝), 김진성(⅔이닝), 백승현(⅔이닝), 유영찬(2⅓이닝), 함덕주(1이닝), 고우석(1이닝)이 8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3회 오스틴의 1타점 적시타, 6회 오지환의 솔로포, 7회 김현수의 1타점 2루타 그리고 박동원의 역전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역대급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7670일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라 더욱 극적이었다.
LG는 7월말 키움과 트레이드로 최원태를 영입했다. 타격 재능이 뛰어난 유망주 이주형과 신인 투수 김동규 그리고 202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전체 8순위)을 내줬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선발 투수를 영입했고, 그 댓가로 미래 유망주들을 대거 내줘야 했다.
이주형은 키움 이적 후 주전 자리를 보장받자 51경기에서 타율 3할3푼(200타수 66안타) 6홈런 34타점 30득점 장타율 .515, OPS .911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내년 시즌을 기대케 했다.
최원태는 LG 유니폼을 입고 처음 등판한 7월 30일 두산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적 후 가장 잘 던진 경기였다. LG에서 9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6.70으로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원태는 합숙 훈련 기간에 "트레이드 되고 나서 팀에 큰 도움이 안 된 것 같아서 되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마지막에 팀에 보탬이 못된 것들을 한국시리즈에서 확실하게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충격적인 성적을 남겼다. ⅓이닝은 역대 한국시리즈 선발 최소 투구 이닝 역대 공동 2위 불명예 기록. 다음 등판 기회를 장담하기 어렵다. 최원태는 포스트시즌에선 키움 시절 총 13경기(3선발) 등판해 승리없이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9.50을 기록했다. 18이닝 동안 21실점(19자책)을 내줬다. 2차전 ⅓이닝 4실점으로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은 11.29로 치솟았다.
2차전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의 다음 등판에 대해 언급했다. 염 감독은 "최원태가 5이닝 이상은 던져줄 거라 생각했는데 초반에 제구가 안돼 빨리 뺐다. 코칭스태프, 전력분석 파트와 상의해봐야겠지만 오늘 빨리 빠지면서 4차전에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생겼다. (4차전 선발을) 김윤식으로 갈지, 최원태로 갈지, 아니면 아예 최원태를 빼고 갈지 전체적으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이정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내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3차전에 앞서 최원태를 불펜으로 돌린다고 했다. 전날 코칭스태프와 장시간 회의를 했다는 염 감독은 "최원태는 불펜으로 쓴다. 일단 우리 승리조 투수들이 나쁘지 않다. 그래서 승리조를 앞에서 쓰고 뒤쪽에 최원태가 붙는다. 지금은 최원태보다 자신감 있는 불펜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최원태를 앞에 쓰는 것보다는 필승조 투수들을 모두 썼을 때 최원태 카드를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불펜 필승조가 소진되거나, 연장전으로 갈 경우 최원태에게 기회가 주어질 주 있다. 추격조로 이우찬, 최동환이 있고, 경험을 쌓기 위해 투수 14명 중 마지막 자리로 들어온 손주영과 비슷한 역할이다. 사실상 전력 배제에 가깝다.
그런데 하루 뒤 다시 계획이 바뀌었다. 염 감독은 11일 4차전을 앞두고 최원태의 달라진 활용 방안을 공개했다. 6차전까지 갈 경우, 최원태에게 다시 선발 기회를 주려했다. 경기에 앞서 염 감독은 "6차전 선발로 최원태를 준비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4차전 컨디션 점검 차원으로 등판했는데, 여전히 제구와 밸런스가 불안했다.
염 감독은 11일 4차전을 마친 후 “최원태를 6차전 선발투수로 쓸 수 있을지 확인하려고 9회 올렸는데 안될 것 같다. 아직까지 밸런스가 본인 밸런스가 아닌 것 같다. 6차전 선발투수는 충분히 고민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LG는 외국인 투수는 켈리 한 명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플럿코는 시리즈를 앞두고 부상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8월 26일 창원 NC전에서 골반뼈 타박상으로 이탈한 플럿코는 복귀를 위한 재활 과정에서 구단과 의견 차이를 보였다. 플럿코는 미국 주치의 소견을 이유로 복귀를 계속 미뤘고, 결국 LG는 시리즈를 앞두고 플럿코를 전력 외로 결정했다. 시즌 도중 선발로 데려온 최원태가 있어 선발 숫자는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원태는 한국시리즈에서 평균자책점 33.75(1⅓이닝 5실점) 최악의 숫자를 남기고 전력 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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