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헐리우드 작품 할 것" '오징어게임' 배우 김주령의 또 다른 모습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TEN인터뷰]

이하늘 2023. 11. 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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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김주령 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배우 김주령.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첫 인상은 날카롭고 도도해 보이지만,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배우 김주령. 그는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에서 주희 역을 맡아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과정을 담아냈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2013년 영화 '잠 못 드는 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장건재 감독과 재회한 작품이기도 하다. 친구 같은 느낌으로 편하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완성했다는 이 작품에는 그래서인지 삶에 대한 풀리지 않는 질문들이 함께 녹아들어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을 위해 뛰어들던 한미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지닌 김주령의 얼굴을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에서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스틸컷. /사진제공=모쿠슈라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의 첫선을 보였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처음 관객과의 대화(GV)를 시작하는데, 갑자기 울컥하더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자리에서 처음 관람했는데, 내가 출연했는데도 너무 좋더라(웃음) 영화 속에 나오는 주희의 제자들은 장건재 감독님의 실제 제자들이다. 그들의 고민을 진짜로 들려주는데 위로가 많이 되더라. 스스로 위로도 많이 받고 인간 김주령의 삶에 대해서도 많이 돌아본 것 같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잠 못 드는 밤' 이후, 10년 만에 장건재 감독과 재회한 작품이다. 다시 영화 작업으로 만난 장건재 감독은 어땠나.

장건재 감독님의 현장은 늘 편안하고 스태프도 3~4명 정도 수준이다. 내가 뭘 해도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상황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연기하면서 그러기 쉽지 않다. 장건재 감독과는 '잠 못 드는 밤'을 찍고 정말 친구가 됐다. 각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사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작업 자체가 가볍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고민이 녹아들어서 하나의 작품을 같이 만들게 되는 것 같다. 장건재 감독과는 앞으로도 같이 영화 작업을 하고픈 바람이다.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스틸컷. /사진제공=모쿠슈라



촬영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2020년 10월에 시작해서 2022년 4월에 촬영이 끝났다. 장건재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서로의 시간을 보내 가면서 찍자고 하더라. 실제로 촬영한 물리적인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작년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고 올해 개봉까지 해서 감격스러운 마음이다. 요즘 극장이 많이 어렵지 않나. 관객들을 만난다는 마음에 기쁘다.

장건재 감독은 "김주령 배우가 있었기에 만들어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다는 점에서 기분도 남다를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 언급했던 것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장건재 감독한테는 못 하는 이야기가 없을 정도다(웃음). 그러다 보니까 이런 작업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오히려 장건재 감독님을 이용해서 우리가 느낀 일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이다. 시나리오의 경우, 기존의 형식이 아닌 어느 정도 골격만 해서 보내시는 편이다. 채워가는 형식으로 영화를 만들다 보니까, '이게 과연 영화로 나올까'하는 생각했지만, 이제는 의심을 안 한다. '잠 못 드는 밤'이라는 근사한 결과물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스틸컷. /사진제공=모쿠슈라



중년의 연극과 교수 주희는 유방암일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는다. 영화 속에는 이런 주희가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기보다,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이런 교수님이 어딨냐'라고 물었던 것 같다. 기준은 모르지만, 장건재 감독은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 주희는 '다음에 오시면 안 되냐'며 돌려보내고 싶어 하지만, 결국에는 다 받아준다. 주희 자신은 힘들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방 하나를 남겨놓는 그런 인물인 것 같았다. 캐릭터를 미리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방식보다는 촬영하면서 잘 듣고 사람들을 잘 만나보자는 생각이었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주희가 꿈속에서 엄마한테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처음으로 주희가 속마음을 꺼내는 것이지 않나. 또 하나가 있다면, 길을 묻는 배달원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장면이다. 찍으면서는 이 장면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몰랐다. 현장에서는 그냥 배달원을 쳐다보고 말았다. 영화를 직접 보고 나서 그 장면에 마음이 쓰이더라. 주희는 이제 암일지도 모르고 얼마나 고민이 많겠냐. 자신이 도움을 주는 것처럼 주희한테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이었다.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스틸컷. /사진제공=모쿠슈라



배우 김주령도 주희처럼 연극에 몸담고 연기를 오래 했다. 극 중에서 주희가 연극배우를 꿈꾸는 제자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것처럼, 오랜 시간 연기 인생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어려운 문제다. 주희도 제자들에게 '어떻게 해라'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는다. 현장에 간다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지 않나.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를 고민해보면 참 어렵다. 사실 그런 문제들을 다 떠나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인생을 잘 살아가도록 조언이나 도움은 주고 싶다. 일과 관련된 조언이 아니더라도. 잘 살아야 연기도 잘하는 것 같고, 좋은 사람이어야 좋은 작품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 영화 '청춘'으로 데뷔해 어느새 23년 차 중견 배우가 됐다.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쌓아오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든 것 같다. 특히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한미녀 캐릭터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기도 했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를 비롯해 기회가 되면 꾸준하게 독립영화도 참여하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작업을 안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규모가 크고 작고를 떠나서 보시는 관객들과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작품도 마찬가지다. 차이를 두지는 않는 것 같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이후, 해외 에이전시 'A3 아티스트 에이전시(A3 Artists Agency)'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사실 할리우드에서 파업이 터져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해외 에이전시와 계약을 한 이유는 할리우드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서다. 꾸준히 트라이해보고 싶다. 원래 올해 안에 하는 것이 나만의 계획이었는데(웃음) 내년에는 꼭 한 작품을 할 것이다.

배우 김주령.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최근 한국 영화계는 '위기론'이 불거져 나올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다. 하물며 독립 영화는 상영관을 찾기도 어렵지 않나.

요즘은 대부분 극장에 안 오시고 집에서 보시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작품이 좋으면 극장에 가게 되는 것 같다. 어떤 것이 좋은 영화라고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좋은 영화라면 당연히 관객들도 극장에 가지 않을까. 극장에 가면 2시간가량을 몰입해서 볼 수 있다. 그 맛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시기에 독립 영화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지만, 이런 관객들이 꼭 보면 좋겠다 싶은 것이 있나.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다시 시작하려고 하시는 분들이나 삶에 대해서 고민이 많으신 분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주희는 학생들을 만나면서 되려 위로받기도 한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를 각자의 느낌으로 받아들이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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