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60조 회사가 한 번도 돈 번 적 없어?…전세계 열광한 이 기업에 ‘무슨 일’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신화 기자(legend@mk.co.kr) 2023. 11. 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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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오피스 ‘위워크’의 한 지점에 붙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에어비앤비, 우버와 함께 세계적인 ‘공유 경제’ 열풍을 이끌었던 위워크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어요. 세계 곳곳에 지점을 내며 ‘공유 오피스’의 대표 주자로 여겨지던 회사가 사실상 망한 거예요. 몇 년 전만해도 수십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위워크는 왜 이렇게 빨리 망해버렸을까요? ‘공간을 나눠 쓰면서 수익을 낸다’는 사업 아이디어는 결국 허상에 불과했던 걸까요?
세계의 곳곳 도심에 들어섰던 위워크
위워크는 지난 2010년 설립돼 초고속 성장을 거친 공유 오피스 회사예요. 말 그대로 ‘함께 쓰는 사무실’로 돈을 버는 업체죠. 큰 사무용 건물을 통째로 빌린 다음. 이걸 많은 회사들이 나눠서 쓰도록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사업을 해요.

위워크의 사업은 미국에서 사무실을 구하는 과정이 워낙 복잡한 데다, 회사가 커졌을 때 더 큰 공간으로 옮기기도 어렵다는 점 때문에 시작됐어요. 위워크는 사무실 임대 과정을 간편하게 만들고, 단기간 임대도 가능하게 해서 호응을 얻은 거예요.

단순히 사무실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워크’라는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끼리 소통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형성을 독려한다는 점 또한 주목을 받았어요. 공유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 차량 공유업체 우버 등과 함께 묶이며 공유 경제의 대표주자로 꼽혔죠.

인기 몰이를 하며 대규모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한 위워크는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건물을 통째로 빌리며 엄청난 기세로 사업을 확장했어요. 회사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았던 최근 기준으로도 세계 39개국에 770개 이상의 공유 오피스 지점을 운영했을 정도예요. 우리나라에도 위워크 지점이 19개나 있어요. 서울 강남역·여의도역·서울역·광화문·을지로, 부산 서면 등 주요 업무 지구의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그런데 왜 망했을까
세계 주요 도시의 고층 건물에 달린 간판을 하나둘 늘려가면서 위워크는 정말 빠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2019년 1월 기준 470억 달러(약 6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세계적으로 몇 없던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비상장회사)’ 반열에도 올랐어요.
이렇게 잘나가던 기업이 급격히 망하게 된 표면적 이유로는 대체로 두 가지 요인이 꼽혀요.

① 팬데믹과 재택근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무실 수요가 줄어든 건 위워크에 치명타를 입혔어요.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자, 위워크의 사무 공간을 찾는 고객사들은 빠르게 줄어들었죠. 위워크는 팬데믹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에 맺었던 건물주와의 임대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거나 일부 지점의 문을 닫았지만, 수많은 지점을 유지하기 위한 임대료를 계속 부담해야 했어요.

팬데믹은 위워크뿐 아니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체를 위축시켰어요. 출근하는 사람이 줄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어요. 올해 2분기 기준 미국 전체 사무실 공실률(비어있는 비율)은 18.2%로 30년 만에 가장 높아졌대요.

② 팬데믹 끝나고 찾아온 ‘고금리 시대’

그런데 코로나19 유행이 조금 수그러들 때쯤, 강력한 한방이 더 날아왔어요. 바로 ‘고금리 시대’였어요. 지난해 고공 행진하던 물가 상승세를 안정화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빠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관련 거래를 할 때 대출을 받기 때문에, 부동산은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장이에요. 대출 이자율이 너무 높아지면, 그만큼 부동산 거래도 위축되고 가격은 하락하기 마련이죠. 팬데믹 시대에 이미 하락 흐름을 탄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최근 고금리라는 복병을 만나 맥을 못 추고 있어요.

부동산 회사인 ‘위워크’도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위워크는 보통 건물주와 15년 정도의 장기계약을 맺고 고객에겐 단기 임대를 해줘요. 건물주에게 지급하는 장기계약 임대료는 일정하니까,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땐 고객으로부터 사무실 이용료를 올려 받아서 돈을 벌 수 있어요. 하지만 부동산 불경기에는 고객 수가 줄어도 오히려 이용료를 적게 받아야 하고, 건물주에게는 지급하던 대로 임대료를 내야 하니 위기를 맞게 돼요.

특히 위워크의 주요 고객이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이었다는 점은 더 치명적이었어요. 시장의 유동성(돈)이 줄어드는 고금리 시대를 맞아 신생 기업들은 투자받는 게 훨씬 어려워졌고, 망하는 곳이 줄줄이 생겨났거든요. 위워크가 주요 고객층을 잃게 된 거예요.

이제 공유 오피스는 망한 걸까?
앞서 언급한 ‘팬데믹’과 ‘고금리’는 공유 오피스 기업들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 게 사실이에요. 다만 전문가들은 위워크의 실패가 이러한 외부적 요인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해요. 실제로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고 다시 성장세로 돌아선 공유 오피스 기업들이 많다고 해요.

스위스의 공유 오피스 기업인 IWG는 올해 상반기부터 다시 이익 증가세를 기록 중이고, 미국 업체인 인더스트리우스(Industrious)도 올해는 매출 증가세를 예상하고 있어요.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근무(출근+재택)’가 늘어나는 최근 추세를 공략해 맞춤형 공간을 제공했더니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게 이 업체들의 설명이래요.

결국 위워크의 몰락은 ‘공유 오피스의 실패’라기 보다는 경영 실패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여요. 외적 성장에만 너무 집중했고, 빠르게 지점을 늘리느라 거품이 낀 가격에 건물을 빌리는 등 다소 불리한 임대 계약을 남발했던 게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이 많아요.

사실 2010년 설립된 후 위워크는 내내 적자 기업이었어요. 한순간도 ‘돈 버는 회사’였던 적이 없는 거예요. 꾸준히 지출하는 임대료가 너무 많았던 거죠. 이미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도 매출이 1달러 증가할 때마다 지출은 2달러 늘어났을 정도로 수익성이 나빴대요.

그런데도 세계 곳곳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건 유명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위워크에 대규모 자금을 댔기 때문이었어요. 초기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던 비전펀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계속해서 위워크에 추가 투자를 했고, 이 돈으로 위워크는 꽤 오랫동안 ‘성장하는 회사’처럼 보일 수 있었어요.

‘세기의 폭망 기업’ 전락한 데카콘
위워크 스토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 ‘우린 폭망했다(We Crashed)’의 한 장면/자료=애플TV+
한때 기업 가치가 62조원에 달했던 데카콘은 결국 ‘망한 기업’이 됐어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다른 유명 기업들처럼 ‘공유 경제 기업’이나 ‘기술 기업’으로 포장됐었지만, 사실은 막대한 돈을 들인 부동산 사업에 불과했던 거예요. 위워크의 성공과 실패 과정은 미국에서 이미 ‘우린 폭망했다(We Crashed)’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을 만큼 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사업을 위해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위워크는 안 그래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미국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요. 파산 신청을 했다는 건 ‘나 파산해서 돈 못 갚아’라고 선언했다는 뜻이거든요. 지난 6월 기준 위워크가 운영 중이던 미국 내 사무실만 229곳에 달했어요. 이미 위워크와 연계된 크고 작은 회사 400여 개도 파산 신청을 한 상태예요.

앞으로 미국 법원은 위워크의 운명을 결정하게 돼요. 자산을 매각하고 빚을 조금 조정해서 기업을 정상화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경우 기업회생 기회를 줄 수도 있어요. 그게 아니라면 회사 자산을 모두 팔아 없애고 파산 선고를 하게 되겠죠. 순식간에 성공 신화의 대명사에서 ‘폭망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위워크, 이 회사의 이름은 곧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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